부산 한 오피스텔에서 옛 연인에게 스토킹과 협박에 시달리다 추락사한 20대 여성 A 씨(국제신문 지난 1월 8일 자 온라인 등 보도)의 유족이 타살 의혹을 제기하며 가해자 엄벌을 촉구했다.

부산 부산진경찰서 전경. 국제신문 DB

18일 취재를 종합하면 A 씨 유족은 지난 16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20대 여성 추락사 13시간 초인종 사건의 유가족’이란 제목의 글과 함께 탄원서를 올렸다. 게시물에 따르면 유족은 지난 12일부터 A 씨의 전 남자친구 B 씨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받고 있다. 유족은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B 씨는 지난 8일 구속기소됐다.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가 밝힌 공소사실을 보면, B 씨는 지난해 8~10월까지 교제 중이던 A 씨를 여러 차례 협박하고, 같은 해 12월 9일 A 씨가 이별을 통보하자 약 17시간 동안 그의 주거지 현관문을 두드리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전송하는 등 스토킹한 혐의를 받는다. B 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수협박,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재물 손괴, 퇴거 불응 등이다.

A 씨는 B 씨에게 이별의 뜻을 전하고 약 한 달 뒤인 지난 1월 7일 새벽 2시30분께 부산 부산진구 한 오피스텔 9층에서 떨어져 숨졌다. 최초 목격자이자 119 신고자는 B 씨로, A 씨가 숨지기 직전까지 함께 있었다. 그는 수사기관에 “A 씨가 자신과 다툰 뒤 9층에서 떨어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유족은 ‘A 씨 사망과 자신은 직접적 연관이 없다’는 취지의 B 씨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그간 “B 씨가 A 씨를 몸에 멍이 들 정도로 폭행했다”, “A 씨에게 한여름에도 긴소매와 긴바지를 입게 하고, 마트 영수증 검사를 받게 하는 등 집착했다”고 설명해왔다. 유족은 탄원서에서 “가해자는 첫 진술 당시 피해자와 말다툼을 하고 밖으로 나온 후 피해자가 추락하는 걸 보고 신고했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며 “이후 경찰이 피해자가 추락 당시 가해자와 함께 있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하고 추궁하니 그제야 추락 당시 같이 있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고 전했다. 또 “피해자가 추락한 후 가해자는 피해자가 들어오기 전 혼자 먹었던 맥주캔과 슬리퍼를 챙겨 나오는 모습이 발견됐다”며 “피해자가 추락한 직후가 아닌 10여분이 지나서야 119에 신고했다”고 덧붙였다.

유족은 “전 남친 B 씨에 대해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해 단순 자살로 종결될 뻔한 사건을 공론화했다”며 “경찰은 고인이 차고 있던 목걸이에 대한 감식을 진행 중이며, 부검 결과는 수사 중이다”며 탄원서 작성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B 씨의 누나가 배우로 활동 중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유족은 “차고 넘치는 충분한 증거가 있는데 가해자 측은 현재까지도 반성의 기미나 사과 한마디 없이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며 “가해자는 수사 중에도 멀쩡히 SNS를 하고, 기사로 접하고 있는 가해자의 누나는 평범한 일상을 살며 드라마를 촬영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유족은 “스토킹은 중대한 범죄이며 재발의 위험성 또한 매우 높다고 한다.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처벌이 꼭 이뤄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B 씨 사건의 첫 공판기일은 다음 달 1일로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