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사 결과 전반적 영양 부실
- 질소·유효인산 기준치 미달
- 부산시 “저품질흙 개선 시급”
국내 최대의 친환경 친수도시를 표방하는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에 심어진 수목의 고사 위기 사태(국제신문 지난 2월 27일 자 1면 등 보도)는 ‘영양실조’ 수준의 토질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에코델타시티 조성 사업자인 한국수자원공사는 토양의 산도 불량 외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냈지만 국제신문 취재 결과 식물 생장에 필수인 영양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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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신문 취재진이 지난 3월 항공촬영한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2단계 내 수목조성 예정 부지 전경. 이원준 기자 |
2일 한국수자원공사 등에 따르면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내 수목의 생육 불량 원인은 토질의 영양 결핍과 강산성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토양 화학성 검사 결과 10개 항목 가운데 6개 항목에서 최하 기준을 받거나 기준 미달(불량) 평가를 받았다. 화학성 검사는 토양이 수목 생육에 필요한 양분과 적합한 토양 산도(산성·알칼리성)를 가졌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토양 표본 34지점 가운데 76%(26지점)가 토양산도 불량에 해당했고, 주로 강한 산성(pH8 이상)으로 나타났다. 산성도가 높을수록 식물이 생장을 멈추거나 고사 위험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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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말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1단계 공원 녹지에 조성된 가로수가 생육 부진으로 앙상해진 모습. 이원준 기자 |
수자원공사는 당초 토양 산도 불량 외에는 적합하다는 취지로 에코델타시티 조경 불량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냈다. 하지만 국제신문은 시험성적서의 전수조사를 통해 토양의 ‘영양 부실’ 문제가 심각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토양의 비옥한 정도를 판별해 지력의 척도로 꼽히는 ‘유기물’ 항목에서 34지점 모두 하(0~3%) 등급에 그쳤다. 식물생장에 가장 중요한 양분인 ‘전질소’도 34지점 중 3지점을 제외하고 모두 하 등급이었다. 질소는 엽록소의 주요 구성 성분으로 부족하면 광합성에 어려움을 겪는 등 생장에 치명적이다. 식물 호흡 작용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유효인산’도 34지점 모두 하 등급으로 조사됐다. 다만 우려했던 중금속 오염은 기준치 미만으로 확인됐고 배수 불량 문제는 없는 걸로 조사됐다.
수자원공사는 토양산도 불량 외에는 토질 수준이 국토교통부의 조경 설계기준에 부합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토양산도는 ‘상중하불량’ 4단계로 평가해 불량은 기준 미달이지만, 유기물 질소 등은 ‘상중하’로만 평가해 0%가 나와도 하 등급으로 매긴다”며 “일반적인 식재지는 하급 이상이면 기준 충족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발끈했다. 조성 초기에는 토질이 기준 미달이거나 최하 등급을 받는 일이 있을 수 있지만 이후 수자원공사가 비료 공급 등 적절한 대처를 통해 토질을 끌어올렸어야 했다는 게 시의 인식이다. 시 관계자는 “영양분이 거의 없어 0%에 가까운 수준인 저품질 흙을, 평가 척도에 불량이 없다는 이유로 문제 없다고 하는 말은 어불성설이다”며 “저 상태로 두면 식물 생장이 더뎌지다 결국 고사 규모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여 토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수자원공사는 시와 협의해 비료 공급 등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시는 이와 함께 이달 중으로 이번 사태를 논의할 수목 토양 조경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민관 합동자문회의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