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급 4명·4급 2명, 정직·감봉 등
- 부산지법, 대시민 사과는 전무
부산지법 공무원이 무려 48억 원에 달하는 공탁금을 빼돌리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국제신문 지난해 12월 25일 자 2면 등 보도)이 발생한 지 5개월 만에 관리 책임자들의 문책이 단행됐다. 부산지법은 사건을 자체 적발한 지 석 달이 지나서야 관리 책임자들의 징계를 대법원에 요청했고, 대법원도 이로부터 두 달 뒤 징계 처분을 내린 것이다.
부산지법은 대법원 고등징계위원회가 2022~2023년 당시 부산지법 소속 사무관(5급) 4명과 서기관(4급) 2명 등 6명에게 징계 처분을 내렸다고 11일 밝혔다. 이 가운데 사무관 2명은 정직 2개월을, 또 다른 사무관 2명은 각각 감봉 2개월과 견책을 처분받았다. 서기관 2명도 각각 견책과 경고 조처됐다. 징계 대상자 6명은 공탁금 48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전 부산지법 7급 공무원 A 씨가 공탁계에 근무하던 때 공탁관 등을 맡았던 상급자들이다.
A 씨는 피공탁자가 ‘불명’인 공탁금을 노려 피공탁자 명의를 가족 명의로 바꾼 뒤 가족 계좌로 송금하는 등의 수법으로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총 53회에 걸쳐 48억 원을 부정출급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구속기소됐다. 또 2019~2020년 울산지법 경매계 근무 시절 경매 배당금 7억8000만 원을 빼돌린 혐의로도 수사를 받는다. 부산지법은 공탁금 횡령 사실을 인지한 지난해 12월 22일 A 씨를 고발했으며, 지난 2월 파면 조치했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빼돌린 돈을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대다수를 잃었다. A 씨는 공탁금을 빼돌리기 위해 제한된 시스템 권한을 사용하고, 상급자의 인장을 몰래 날인하는 등의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법은 지난해 말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책임 통감”이라는 법원 명의의 입장만 냈지만 이후 이 사건과 관련한 대시민 사과 등 제대로 된 입장 표명은 없었다. 지역 법조계에서는 “사기업이나 ‘힘 없는 기관’에서 이런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면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줄줄이 문책되고 대대적인 수사로 기업이나 기관 자체가 초토화됐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부산지법은 지난 3월 5급 이상의 징계를 결정하는 대법원 고등징계위원회에 관리·감독자 징계의결을 요구했다. 대법원은 해당 사무관들이 시스템 접근을 위한 인증서를 공유하는가 하면 업무자 관리감독도 소홀히 하는 등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서기관 역시 인장 관리와 사무실 개폐 점검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봤다. 부산지법 관계자는 “공탁금 출급 절차를 더욱 철저히 관리해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