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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54> 서평가 김미옥

“나는 독서선동가” 가난·폭력 치유해 준 책으로 세상과 연대

  • 고영삼 인생이모작포럼 공동대표
  •  |   입력 : 2024-06-25 19:12:47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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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년기 집안 파산에 공황장애
- 살기 위해 치열하게 읽고 쓰기
- 연평균 360권 “나는 활자 중독”

- 좋은 책 쓰는 마이너 저자 발굴
- 재밌는 독후감으로 독자 유혹
- 입소문 타고 ‘미오기’ 팬덤까지

- “빛 못 본 좋은 글 계속 알릴 것
- 독서로 삶의 균형 회복하기를”


◇ 김미옥의 이모작 귀띔

- 내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라. 그리고 기억하라. 하루아침에 갑자기 되는 일은 없다
김미옥 서평가가 최근 ‘미오기傳’과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를 출판한 후 초청된 한 북토크에서 책 내용을 설명하며 독자와 공감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당신은 무엇으로 위로받는가? 어느 시인은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고 했다. 살다 보니 인생은 항상 우리를 난파시키려고 겨누고 있는 것 같다. 푸시킨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고 했다지만 그제나 지금이나 삶은 우리를 속인다. 그러니 우리는 늘 과민하고 항상 위로받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는 무엇이 위로인가? 이번에 만난 이는 책 읽고 글 쓰는 데에서 평생 위로를 받아온 사람이다. 그녀는 항상 ‘살기 위해’ 글을 써왔다고 한다. SRT를 타고 내린 수서역 근처 한 카페. 먼저 와서 기다리는 그녀와 만났다.



-이번에 책을 내셨더군요. 어떤 책인가요?

▶‘미오기傳’과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입니다. ‘미오기傳’은 부산 적기 지역에서 출생한 뒤 유년기에 아버지가 공장과 집을 다 날려 집안이 풍비박산이 된 후 시작된 통증지수 높은 삶의 기록입니다.

-출간되자마자 반응이 엄청나다더군요.

▶아직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각각 3쇄, 6쇄를 찍었습니다. 가난과 폭력, 배제로 인해 생긴 상처와 의사도 고치지 못한 공황장애에 시달리던 저를 위로해 준 것은 오직 독서였고, 일으켜 준 것 또한 글쓰기였습니다.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는 이렇게 죽고 싶을 때마다 쓴 글과 함께 중앙일보나 문학계간지 등에 발표한 글들입니다.



이번에 만난 이는 팬들로부터 ‘미오기’라 불리는 김미옥(66) 작가다. 페북 동네에서 완전히 슈퍼스타인 그녀가 낸 책은 지금 출판계를 강타하고 있다. 어떤 이는 김미옥 열풍이라고 한다. 인생이모작기에 페북에 기고하는 독후감만으로 단단한 팬덤까지 거느린 소셜 권력자다.



-작가님의 페이스북 글에 보이는 댓글 환호가 보통이 아니군요.

▶제가 당초 인플루언스를 꿈꾼 것은 아니었어요. 한 사람의 문학 독자로서 독 후 에세이를 써 올린 것인데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다 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곳을 보니 일 년에 자그마치 800권을 읽고 서평을 하신다던데 사실인가요?

▶직장을 퇴직했던 2017년부터 2년 정도는 일 년에 800권을 읽었습니다. 그 후로는 평균 360권 정도 읽고 써온 것 같습니다. 어쨌든 작년까지는 4년 동안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껴서 닥치는 대로 읽고 썼습니다. 최근에는 책을 내고 나니 밀려드는 인터뷰 강연 원고 요청에 응하느라 더 바빠졌어요.

말하자면 그녀는 하루 4시간 이상 자지 않고 매일 한 권씩의 글을 읽고 독후감을 쓴다는 이야기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은 일 년에 평균 3.9권을 읽는다. 그런 우리에게는 도저히 불가능한 경지다. 이 정도라면 그녀는 ‘읽고 쓰는 기계’ 수준인데, 그 자신을 ‘활자중독자’라 했다.



-활자중독자 일만큼 왜 그렇게 읽고 쓰나요?

▶살기 위한 겁니다. 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죠. 저에게 삶은 아주 어릴 때부터 너무나 고통스러웠어요. 삶의 무게가 저에게 과부하 될 때 책을 읽고 글을 쓰면 호흡이 좋아졌어요. 글을 쓰다 보면 저의 고통과 쾌락을 객관적으로 쳐다볼 수 있게 되더군요. 기쁨까지도요. 삶의 여러 중력에 대해 심리적으로 쾌적한 거리를 둘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로 어떤 책을 읽고 서평 하시나요?

▶시 소설 예술 역사와 같은 인문학에서부터 자연과학까지 가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좋은 책, 알려지지 않은 작가, 중소형 출판사에서 낸 책에 눈이 더 갑니다. 요즘은 국회도서관에서 추천하는 책들을 즐겨봅니다. 좋은 작가의 좋은 책이 빛도 못 보고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요. 그래서 문단에 덜 알려진 좋은 책을 쓰는 마이너 저자를 발굴해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저의 정체성은 ‘대중독서선동가’입니다.

-대중독서선동가요?

▶한국인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실 지식에 목마른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모르는 경우 좋은 안내자가 있다면 참 좋지요. 공감대를 일으킬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게 써서 독서를 유혹하는 게 독서선동입니다. 이게 적중하여 요즘 제가 페이스북에 독후감을 한번 써 올리면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책이었을지라도 하루에 200권 이상 나간다고 하더군요. 이러니 요즘 제게 책 내자는 출판사가 50여 곳이나 됩니다.

-책이 외면되는 시대에 놀랍군요. 어떻게 이게 가능한가요?

▶저는 사실 서평가나 문예평론가가 아니에요. 대학 정규과정에서 문예평론을 전공하지도 않았어요. 단지 엄청난 양의 책을 읽어온 독자일 뿐입니다. 굳이 말한다면 고급 독자라고 할 수 있어요.(웃음) (고급 독자라고요?) 네, 한국 문단의 서평은 형식주의에 빠져있어요. 서평이 작가와 작가의 글, 심지어 독자로부터 괴리되어 있습니다. 너무 현학적이에요. 문학이 먼저이고 서평이 그 뒤인데, 난해하게 쓰인 서평이 권력이 되어 있습니다. 위선이죠. 이러니 서평을 읽는 독자들이 서평의 대상이 된 책을 보고 싶어 하지 않아요.

-그럼, 작가님은 어떻게 서평 하시나요?

▶저는 독자와의 공감을 핵심으로 합니다. 그리고 주어진 책만 아니라 글의 전체 맥락과 그가 쓴 다른 책, 그리고 성장배경이나 취미까지 함께 공부합니다. 일종의 전작주의죠. 그리고 아주 어릴 때부터 집안의 가장 역할을 했던 저의 내밀하고 쓰라렸던 기억도 조금씩 넣어 글을 씁니다.

그래서 그런지 매우 많은 이들이 방문하는 그녀의 페북에는 그녀에게서 ‘아웃사이더와 마이너들을 향한 따뜻한 눈길’을 느꼈다거나 ‘존경과 추앙의 마음’을 보낸다는 댓글들이 넘친다.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에서 그녀가 언급했던 모든 책을, 중고 서점에서라도 찾아서 읽겠다고 ‘충성심’을 보이는 독자 팬도 있을 정도다.



-기성문단에서는 작가님을 어떻게 보나요?

▶소동이 있기도 했어요. 문단에서 활동하는 ‘평론가’ 명함을 가진 분들이 저의 글이 형식을 파괴한 잡문이니 또 하나의 문화 권력이니 하는 식의 공격이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SNS에서 정면 돌파했습니다. 저는 매달 120만 원 돈을 들여 알려지지 않은 좋은 책을 직접 사서 읽고 독후감을 올리는 독자입니다. 그런 독자를 평론가가 비판하다니 말이 안 되죠. 그분들 완패했죠. 저의 페북에 기록이 있을 겁니다. 문학은 세상의 아픔에 연민을 느끼고 공감을 일으키는 일을 해야 합니다.

-시종 밝고 재미있으시군요. 젊은 시절 무슨 일을 하셨기에 그렇게 맷집이 좋은가요?

▶공무원으로 재직했습니다. 국무총리상도 받을 만큼 몰두하기도 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저에겐 독서와 글쓰기만이 생명줄이었습니다. 저는 초등 4학년 때부터 망해버린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하며 성장했기에 항상 ‘잃을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살아왔죠.

-글 빨 맷집 팬덤까지도 강력합니다. 이제 삶 전체를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저는 가난과 멸시와 폭력의 가정환경 속에서 자라다 보니 결핍 많은 시절을 보냈습니다. 다행히 성격은 밝았지만 고통은 늘 저의 몫이었죠. 그래서 그런지 저도 모르게 소수자랄까 이 사회의 마이너에게 시선이 갔고 지금도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글을 챙기는가 싶어요. 인간은 생존 그 너머의 가치를 보는 존재죠. 저는 읽기와 쓰기를 통해 계속 ‘대중독서선동’에 바람을 일으킬 것입니다.

-인생 후반전의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삶의 균형을 회복하기를 권합니다. 이때 가장 좋은 것이 독서와 글쓰기입니다. 독서와 글쓰기를 하다 보면 가슴이 머리보다 힘이 쎈 이유를 알게 됩니다. 결핍과 고통에 공감하며 연대하게 되죠 .



바야흐로 결핍이 많은 시절이다. 그런데 어떤 이는 결핍 속에서 좌절했지만, 어떤 이는 결핍을 도약판으로 삼는다. 김미옥은 결핍 많은 어린 시절부터 주변인 되기를 거부해 온 사람이다. 상처를 떠벌리거나 서러워하기보다 기성 형식을 활용하거나 파괴하며 새로운 틀을 만들어 온 사람. 결핍과 경계인의 위치에서 웃으며 내공을 키운 사람이다. 그러니 그에게 결핍은 위로의 대상이 아닌 힘의 근원이었다. 그런데 더 유쾌한 것은 그녀는 그 내공으로 상처받은 사람들과 문단의 소외자를 응원한다는 사실이다. 프랑스 지식인의 마지막 거장이라 불린 자크 라캉은 ‘인간은 가졌기 때문에 대상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진 것이 부족하기에 사랑하게 된다’고 했다. 가진 사람만을 욕망하는 이 야수의 시대에 그녀는 라캉이 말한 인간의 본연에 가까이 있고 그래서 더 공감되고 더 연대 될 수 있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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