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가폭력(집단수용시설)에 거리로…난민 된 아이들

60~80년대 집단수용 아동

  •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   입력 : 2024-07-01 19:07:01
  •  |   본지 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당시 탈출해도 고향 못 찾아
- 전국 떠돌며 다른 곳 재수용
- 강제노역·매질 고통 되풀이

“나는 절대로 국가를 용서할 수 없어요. 잘못도 없이 전국 집단수용시설을 ‘뺑뺑이’ 돈 게 유년 시절 기억 전부입니다. 어떤 시설이 더 가혹했다, 그렇게 말할 수 없어요. 특정 시설 한두 군데가 나빴던 게 아니에요. 어디든 삼청교육대에서나 상상할 일이 6~7세 아이에게 벌어졌어요. 거꾸로 매달고, 곡괭이로 매질하고, 노역시키고…. 제 삶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는데, 국가는 시설 몇 곳 조사하곤 이제 그만하려 해요. 나 같은 사람은 계속 고통의 늪에 빠져 있어야 합니까.”

홍성정(57·사진) 씨는 의지와 상관없이 들썩이는 호흡을 진정시키며 간신히 말을 이어 나갔다. 숨이 돌아올 때마다 홍 씨는 토해내듯 흉터로 남은 기억을 분출했다. 그의 삶은 폭력을 앞세운 국가에 의해 강제적으로 ‘살아졌다’. 물리적 폭력에서 벗어난 뒤로는 마음 깊숙이 자리한 흉터에 온 삶을 잠식당했다. 왜 내게 그런 일이 생겼을까. 누적된 억울함이 화로 쌓이며 그의 호흡을 흔들었다. 살아서 숨 쉬는 일이 그에게는 버거운 일이었다. 국가가 남긴 흉터 탓이다.

서울 출생인 그는 예닐곱 살 무렵인 1970년대 어느 날 서울역에서 ‘밥 사주겠다’는 낯선 아줌마 손에 이끌려 남대문경찰서로 갔다. 가족과 함께 살았던 그는 별안간 가정으로부터 뜯겨 나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 수용됐다. 지독한 폭력과 가혹 행위를 이기지 못해 그곳에서 탈출했으나, 기억을 되짚어 집으로 찾아가기엔 너무 어렸다. 그렇게 홍 씨는 국가에 의해 거리로 내던져졌다.

그러나 길거리조차 국가폭력의 사정거리 바깥은 아니었다. 고향을 떠나 경기로, 부산으로 ‘피난’ 가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형제복지원 ▷영화숙 ▷소년의집 ▷선감학원 ▷서울갱생원 등에 10여 차례 수용됐다. 대부분 국가(지자체)가 운영하거나, 국가 권한을 위임받아 운영됐다. 부랑아 ‘소탕’을 명분으로 국가는 홍 씨와 같은 아이를 가뒀다. 6·25 전쟁 이후 쏟아진 전쟁고아, 넝마주이 등의 사회적 취약계층을 시설에 쓸어 담았다. 가난에 찌들어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하는 이들을 재생, 갱생한다는 명분이었다.

실상은 달랐다. 갱생은커녕 인간의 겉과 속을 철저히 붕괴시켰다. 시설마다 강제노역과 매질, 굶주림, 그리고 죽음이 기다렸다.

흉터는 지금도 그의 삶을 할퀴고 찌른다. 좁은 곳에 오래 갇혔던 그는 폐소공포증에 시달린다. 2010년엔 섬유근통이라는 희귀병까지 진단받았다. 못에 찔리는 듯한 고통을 수반하는 병이다. 너무 많이 맞아 생긴 병이다.

홍 씨뿐 아니다. 집단수용시설 피해자의 다수의 삶은 ‘디아스포라’와 다름없다. 디아스포라는 ‘흩뿌려지다’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 고향을 잃고 이주한 유대인의 삶을 가리킬 때 쓰인다. 근래에는 범주를 넓혀 강제로 난민 또는 이주민이 된 이들의 생을 두고도 디아스포라라 부른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2. 2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3. 3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4. 4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5. 5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6. 6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7. 7[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8. 8‘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9. 9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10. 10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3. 3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4. 4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5. 5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6. 6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7. 7국정원 “우크라가 北포로 송환 비공개 먼저 요청”(종합)
  8. 8‘김종서함’ 울산 진수식 찾은 이재명 대통령 “자주국방이 주권”
  9. 9靑 정책실장에 하준경 수석, 지방시대위원장에 박정현
  10. 10이 대통령 "전작권 환수로 자주국방 마침표"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4. 4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5. 5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6. 6리사이클링·항만운영·담수화…부산 미래산업 이끌 혁신기술
  7. 7주가지수- 2026년 10월 1일
  8. 8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우수학술 부문
  9. 9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연구혁신 부문
  10. 10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1. 1“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2. 2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3. 3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6. 6‘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7. 7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8. 8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9. 9“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10. 10검찰 기존 사건 90일 간 수사 가능…대규모 사건이관에 현장혼선 우려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3. 3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4. 4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5. 5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6. 6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7. 7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8. 8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속사권총 우승…한국 25번째 金
  9. 9윤규성, 태권도 품새 금메달…한국 남자 개인전 3연패
  10. 10독립운동가 후손 재일교포 허미미, AG 여자 유도 57㎏급 금메달
우리은행
준비 안 된 '경찰시대'
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교통취약지 ‘버스형 콜택시’ 도입, 울주 전역 도시가스 공급도 추진”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