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전 태풍 덮쳐 일대 침수피해
- 市 사전재난영향성 검토위원회
- 차수판·방화문 강화 필요성 강조
- 부산서 재심의 첫 사례로 확인

- 해원초 학부모 등 “당연한 결과”
- 더 이상 진행불가 입장 강경반응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의 노른자 땅 위에서 추진 중인 대형 개발 사업 두 건이 부산시 사전재난영향성 검토위원회에서 재심의 결정(국제신문 지난 1일 자 11면 보도)이 나면서 인·허가 막바지 단계에서 제동이 걸렸다. 특히 2012년부터 사전재난영향성 검토가 시작된 이래 재심의 결정이 난 것은 처음이다.

국제신문 취재진이 4일 항공촬영한 해운대구 해원초 옆 실버타운(73층)과 업무시설(54층) 건립 사업 예정 부지. 이원준 기자

4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해운대구 우동 1406-7 일원에 추진 중인 실버타운(73층) 건립 사업과 옛 홈플러스 해운대점 부지에서 진행하는 업무시설(54층) 사업(우동 1406-2)이 최근 열린 시 사전재난영향성 검토위에서 ▷차수판·방화문 강화 필요 ▷비상 발전 설비 대책 미비 ▷굴착 피해 대책 수립 등을 이유로 재심의 결정을 받았다. 2022년 태풍 힌남노가 마린시티를 덮쳐 일대에 큰 침수 피해가 발생한 만큼 지하 층을 보호하기 위한 차수판 강화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와 함께 검토위는 전기 발전 시설의 위치 조정과 비상 근무 계획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해당 매립지에 대형 건축 사업이 진행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굴착 공사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사전재난영향성 검토는 50층 이상 초고층·지하연계 복합 건축물을 대상으로 적용된다. 개발 사업으로 인한 재해 유발 요인을 예측하기 위해 ▷방재 소방 ▷해일 ▷토목 구조 등을 중심으로 살핀다. 부산에서 2012년부터 지금까지 20건이 넘는 초고층·지하연계 복합 건축물 사업이 검토위를 거쳤는데 ‘재심의’ 결정을 받은 것은 이들 사업이 처음이다. 부산시 안전정책과 관계자는 “2년 전 마린시티 일대에 큰 재해가 있었던 만큼 심의위원들이 강화된 기준과 규정을 적용해 재심의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들 사업은 해원초 학부모와 일대 주민의 반발을 산다. 현재 해원초 서쪽에는 48층 아파트가, 북쪽에는 20층짜리 상가 건물이 있다. 동쪽에마저 초고층 실버타운과 업무시설이 생기면 일조권 및 학습권 침해와 통학로 안전 위협 등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두 사업은 지난해 교통영향평가와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쳤고 지난 3, 4월에는 진통 끝에 교육환경영향평가를 통과했다. 이에 사업에 탄력을 받는 듯했으나, 인허가 마지막 절차인 사전재난영향성 검토에서 재심의 결정이 나 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주민과 학부모들은 “재심의 결정은 당연한 결과”라며 “더 이상 사업을 진행시켜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김호웅 대우마리나 입주자대표회장은 “‘중대한 공익 침해가 있으면 건축 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시는 일대 지역 안전에 위험을 초래하는 사업을 절대 허가해선 안 된다”며 “앞선 심의에도 위법 사항이 있으면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사전재난영향성 검토위는 사업자가 지적 사항을 보완해 재신청하면 30일 이내 재심의가 이뤄진다. 실버타운 사업자 측은 “(시 검토위의) 지적 사항을 검토해 충실히 보완한 뒤 재신청을 할 예정”이라며 “주민의 우려를 해소하고자 지속적으로 대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