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공포증’ 확산세를 진정시키기 위한 정부 종합대책 수립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2일 오전 환경부 차관 주재로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전기차 및 지하 충전소 화재 안전 관계부처 회의’가 진행됐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전기차 화재 등에 따른 국민 불안감이 없도록 신속하게 대책을 추진하라”고 정부 부처에 지시했다.
정부는 다음 달 전기차 화재 종합 대책 발표를 앞두고 열린 이날 회의에서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공개’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불탄 차에 애초 알려진 것과 다른 제조사 배터리가 탑재된 것이 확인돼 배터리 제조사 공개 요구가 거세졌다. 국토교통부는 전기차 제원 안내에 배터리 제조사를 반드시 포함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13일 업계를 만나 의견을 듣는다. 국내 자동차시장 점유율이 50%를 넘는 현대자동차는 9일 홈페이지를 통해 전기차 13종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기아차도 곧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배터리는 전기차 핵심부품으로 관련 정보는 통상 ‘영업비밀’로 취급된다.
‘100% 충전 제한’도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서울시는 다음 달 말까지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해 90% 이하로만 충전할 수 있게 제한된 전기차만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들어올 수 있게 권고할 예정이다. 현재도 전기차는 화재 방지와 배터리 성능 유지를 위해 95~97%만 충전이 되도록 3~5%의 ‘안전마진’이 설정돼있다. 다만 충전율이 제한되면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도 줄어 전기차 차주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전기차 공포증’에 휘둘려 실효성 없는 과잉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화재보험협회 R&D전략팀 최명용 박사가 작년 협회 웹진에 기고한 ‘전기차 화재위험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란 글을 보면 2020년 기준 10만대당 화재 발생 대수는 내연기관차가 1.88대, 전기차가 1.63대로 전기차가 더 적다. 또 국립소방연구원 등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화재 발생 시 전기차보다 내연기관차가 더 많은 열을 뿜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기차에 난 불은 ‘배터리 열폭주’ 등 때문에 끄기 어렵다. 테슬라 리포트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는 내연기관차 화재에 견줘 진화시간은 8배, 진화인력은 2.5배, 소화수는 110배 더 필요하며 재발화할 위험도가 높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