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피란민·노동자 몰려들었던 ‘부산 근현대사 응축지’

서구 초장동

  • 정지윤 기자 stopx@kookje.co.kr
  •  |   입력 : 2024-09-08 18:54:39
  •  |   본지 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은 6·25 전쟁으로 인한 물리적 피해는 적었으나 단기간에 인구수가 폭증하며 무질서한 모습으로 성장했다. 피란수도 시절, 생존을 위한 임시방편과 자구책은 오늘날 빈집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걸림돌이다. 0.44㎢의 초장동에는 767.4㎢ 면적의 부산의 과거와 미래가 응축돼 있다.

초장동은 천마산 경사면을 따라 단독주택이 빼곡히 들어선 전형적인 원도심 빈집 밀집 지역이다. 이러한 초장동의 원형은 6·25 전쟁을 기점으로 만들어졌다. 전국 각지에서 피란민이 몰려들었던 부산은 전쟁 직전인 1949년 47만 명에서 1951년 84만 명으로 인구가 폭증했다. 정부는 약 7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피란민 수용소를 남부민동 청학동 대연고개 등 40여 곳에 지었으나 턱 없이 부족했고, 이곳은 그나마 운이 좋아야 들어갈 수 있는 시설이었다.

가난하고 연고가 없는 피란민은 산과 바다의 끝에 위태롭게 자리 잡았다. 주로 움집 천막집 판잣집 등을 짓고 생존을 위해 발버둥 쳤다. 초장동도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피란민촌 중 하나였다. 피란민은 산비탈에 나무판자로 벽을 세우고 지붕은 종이에 기름(콜타르)을 바른 루핑지나 양철 깡통을 펴서 집을 지었다. 소설가 김동리는 당시 부산의 모습을 단편소설 ‘밀다원 시대’에서 “끝의 끝, 막다른 끝, 거기서는 한 걸음도 떠나갈 수 없는, 한 걸음만 더 내디디면 바다에 빠지거나 허무의 공간으로 떨어지고 마는 그러한 최후의 점 같은 곳”이라고 표현했다.

피란민이 생존을 위해 지은 ‘불량주택’은 개·보수를 거쳐 1970년대 근대적인 건축자재가 들어오기 전까지 명맥을 유지했다. 대부분 국·공유지에 무허가로 지은 집이지만, 지대를 받고 거래가 활발히 이뤄졌다. 1976년 초장동으로 시집 온 김도희(70) 10통장은 “시집 올 때만 해도 산복도로 자리에 원래 ‘루핑집’이 빼곡했다. 일제강점기 때 지은 초가집, 기와집도 그때그때 고쳐 살면서 여전히 남아 있었다”며 “슬레이트 지붕은 지금 석면 때문에 문제지만, 당시에는 ‘밥 좀 먹고 사는 집’의 상징이었다”고 회상했다. 루핑집은 ‘루핑’이라고 하는 검은 색의 두꺼운 기름종이로 지붕을 덮은 가옥을 말한다.

피란민이 떠난 자리는 1970~1980년대 가난한 노동자가 채웠다. 공동어시장 국제시장 등 일자리가 풍부한 도심부로 출퇴근이 쉬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초장동 일부는 성매매 집결지인 완월동(행정구역상 충무동)에 포함돼 업소 청소 빨래 일부터 ‘나까이(호객)’ 일을 하는 주민도 다수였다.

이곳에서 40여 년째 이발소를 운영하는 주민은 “초장동은 출퇴근 시간대 골목을 내려가고 올라가는 사람으로 연신 북적였다. 주택가 한가운데에 이발소를 차린 것도 그 이유”라며 “그때는 손님 끊길 걱정이 없던 시절인데 이제는 사람 머리통 구경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대 마을버스뿐
  3. 3[도청도설] 발가벗겨진 사우디
  4. 4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5. 5[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6. 6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7. 7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8. 8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9. 9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10. 10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1. 1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4. 4[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北 적반하장 용납 못해…추가 도발 감행시 단호하게 대응”
  5. 5[2026 국감 브리핑]조경태 “최고 시스템 갖춘 건기연이 가덕도신공항 부지 침하 연구해야”
  6. 6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7. 7"법령 검토해 결정하겠다"던 김지용 중수청장, 국무회의 참석
  8. 8이 대통령 "관행·절차 얽매이지 말고 주택 공급 전격전 펼치길"
  9. 9이 대통령, "생애 첫 연금 지원사업 신청한 사람만? 실질적 불평등"
  10. 10통일부. 北 대남확성기 재개 위협에 “문제 해결 노력에 호응” 촉구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3. 3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4. 4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5. 5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뭐라노] 금양 부활할까
  8. 8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9. 9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10. 10"원전 사업자 한수원, '안전 미준수' 과징금만 5년간 338억원"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대 마을버스뿐
  2. 2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5. 5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6. 6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7. 7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8. 8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9. 9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10. 10“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끝나지 않은 '석면 공포'
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주 13.7시간 노동의 덫
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