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초의회 의원들이 딥페이크로 추정되는 합성음란물로 협박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메일로 의원들 얼굴이 합성된 사진을 보내며 당장 연락하라는 내용이 담겨 피해 의원들이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2일 부산 한 기초의원이 받은 협박 메일. 합성음란물 사진이 첨부돼 있다. 독자 제공

7일 부산 16개 구·군의회에 따르면, 구의회 7곳의 의원이 최근 자신의 얼굴이 합성된 음란물 사진이 담긴 메일을 수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의원은 10명이 훌쩍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메일에는 해당 의원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한 사실이 첨부돼 있으며, ‘범죄 증거를 가지고 있고, 어떤 영향이 터지는지 잘 알고 있을 거다. 문자 보고 당장 연락 바란다’는 협박 내용이 담겨 있다. 메일 주소 외에 별다른 연락처는 기재되지 않았다. 사진은 나체로 침대에 누워 있는 남성과 여성의 모습으로, ‘딥페이크’ 기술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협박 메일을 받은 의원들은 대부분 남성으로 파악됐다.

지난 2일 메일을 받은 한 의원은 “조잡한 영상 수준에 어처구니가 없으면서도 공개된 얼굴이 이렇게 사용된 사실에 굉장히 불쾌했다”며 “피해 의원들끼리 대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피해가 당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퍼지자, 부산 16개 구·군의회는 공동으로 대응에 나선다. 부산시 구·군의회 의장협의회장인 부산진구의회 박현철 의장은 7일 오전 각 의회로부터 피해 상황 등을 파악했다. 박 의장은 “의정활동을 위해 공개한 얼굴을 불법적으로 사용해 협박한 일”이라며 “피해가 확산하는 만큼 의장들을 중심으로 경찰에 수사를 촉구하는 등 공동대응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은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방의원 대상의 합성음란물 협박 메일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서울과 인천, 대전 등에도 협박성 메일을 받은 의원들이 속출한다. 피해 사례 중 일부는 발신자가 제작한 불법 합성음란물을 삭제해 주는 대가로 암호화폐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