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 정신’ 그것을 빼앗길 순 없다

국제신문 지키기 릴레이 기고 <6> 박창희 경성대 교수·전 국제신문 대기자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4-11-12 19:15:03
  •  |   본지 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스산한 가을날이다. 이 가을날에 국제신문은 경영난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매각’되기를 고대한다. 신문사를 팔아 신문을 살린다는 기막힌 현실이다. 현 대주주(능인선원)가 경영 책임을 떠넘기며 버티고 있어 매각도 쉽지 않다고 한다.

국제신문이 어떤 신문인가? 한때는 한수 이남 최대의 지역 일간지였고, 부울경의 대표적 정론지로서 여전히 공론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제신문엔 다른 신문에 없는 ‘국제 정신’이란 게 면면히 흘렀다. 시대정신을 담아 사자후를 토하던 필봉(筆鋒)이 있었고, 분권·자치·민주 정신을 올곧게 세우려한 문사들이 활동했다. 이들은 지역문단을 선도하며 한국문단을 다채롭게 했다. 기라성 같은 대선배들의 족적이 밟힌다. 웅혼한 필치로 한국소설의 금자탑을 세운 나림 이병주와 영혼을 울리는 시를 쓴 이형기, 동시의 최고봉으로 평가받는 최계락 등이 그들이다. 이병주는 조국보다 산하(지리산)를 더 사랑한 국제신문의 편집국장·주필이었고, 최계락은 국제신문 문화부장으로 근무했다. 최계락은 청마 유치환과 정운 이영도의 연애 편지를 책으로 엮은 전설의 기자다.

국제신문은 1947년 산업신문 창간 때부터 기자 문인을 키웠다. 초창기 국제신보 사장을 지낸 김형두는 청년기부터 국제 지면의 단골 문청이었다. 1950년대 전쟁기에는 피란 내려온 송지영·설의식 등이 문인 기자로 활동했고, 1960년대에는 수필가 오종식·허종두, 소설가 이병주, 시인 최계락·이형기가 기자 문인의 계보를 이었다.

1970년대 이후에도 김규태(시인) 조갑제(조갑제닷컴 대표) 최화수(소설가) 임수생(시인) 조해훈(시인) 강동수(소설가) 권영갑(방송작가) 등이 저널리스트 겸 작가로 문명을 떨쳤다. 이들은 사실상 국제신문의 정신을 세운 대기자들이다.

이들이 남긴 글과 작품은 한국문학과 언론계의 굳건한 자산이다. 진주 태생인 이형기는 시인 이전에 기자였다. 그의 시에는 기자정신이 번뜩인다. 20여 년간 국제신문 논설위원·편집국장·서울지사장 등으로 일한 이형기는 1980년 언론 통폐합으로 신문사를 그만두었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의 시 ‘낙화’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 가운데 하나다.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존재의 아름다움을 일깨운다. 1994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2005년 별세할 때까지 그는 투병 와중에도 한시도 시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에게서 도저한 시정신, 기자정신을 보게 된다.

‘가야할 때’를 알고 떠나면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인간은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은가 보다. 아집과 탐욕에 젖어 진짜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무너져야,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가.

이쯤에서 내려놓을 것을 정중하게 요청 드린다. 국제신문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대주주 능인선원이 ‘가야할 때’를 알고 갈 수 있었으면 한다. 그게 능인선원과 국제신문, 지역언론을 함께 살리는 길이다. 77년간 이어져 온 ‘국제 정신’, 우리는 그것을 빼앗길 수 없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2. 2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3. 3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4. 4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5. 5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6. 6‘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7. 7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8. 8부산으로 이주하고, 먼 여행 떠나고…두 작가 그림이 달라졌다
  9. 9[기고] 부산 관광 다음 키워드는 ‘건축관광’
  10. 10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홍익표 정무수석 사의 표명…후임에 최인호 HUG 사장 거론
  3. 3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4. 4청와대 정무수석에 최인호 HUG 사장 지명
  5. 5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6. 6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7. 7[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소폭 반등한 41%…민주36%·국힘 28%
  8. 8이 대통령, 법무장관 후보자에 이용철 지명…국세청장엔 안덕수
  9. 9김민석, 신천지 논란 재차 사과…“상처 입은 모든 분께 죄송”
  10. 10'조작기소 특검법' 오늘 與 주도 국회 본회의 처리 전망
  1. 1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2. 2‘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3. 3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4. 4부산 외국인 관광객 400만시대 성큼... 카드소비 1조 돌파
  5. 5비에 화약 젖을라 손길 분주…400m 대형 불꽃 ‘카운트다운’
  6. 6팔란티어 AI와 함께 만든다…부산 신발업체 창신 ‘혁신 점프’
  7. 7비수도권 미분양 적체…LH 매입 신청 86% 탈락
  8. 82005 APEC 이벤트서 대표축제로…100만 인파관리 ‘근육’ 키웠다
  9. 9수능날 증시 10시 개장…애프터마켓 오후 5~8시
  10. 10한 달 새 금융사 37곳 47만 건 해킹…털린 돈도 10억
  1. 1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2. 2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3. 3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4. 4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5. 5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6. 6[속보]혼자걷던 여성 5차례나 범죄대상 물색, 성폭행 혐의 30대 男 징역 4년 선고
  7. 7농어촌 기본소득 공모 탈락 거창군, 자체 조례 제정해 ‘거창형 기본소득’ 추진
  8. 8왼쪽 팔·다리 못 써 휠체어 의존…홀로 병마와 싸우는 60대
  9. 9황령산 봉수대 영문 안내판 설치키로
  10. 10신비로운 심해로 초대합니다 해운대빛축제
  1. 1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2. 2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3. 3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4. 4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5. 5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6. 6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7. 7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8. 8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9. 9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10. 10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우리은행
난치병 환우에 새 생명을
왼쪽 팔·다리 못 써 휠체어 의존…홀로 병마와 싸우는 60대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제조업 AI 전환 적극적 추진…‘부산의 심장’ 활력 되찾겠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