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립자 특정·비용부담 난관
- 공소시효 넘겼을 가능성도
- 구, 공사 재개 집중할 계획

부산 해운대구청 신청사 부지에서 발견된 폐기물 10만ｔ(국제신문 19일 자 8면 보도 등)의 출처가 오리무중인 가운데, 구는 원인 규명과 경찰 고발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워낙 오래 전 일로 추정돼 우선 폐기물을 처리한 뒤 공사 재개에 집중하겠다는 것인데, 86억 원에 달하는 처리 비용을 구 예산 등 세금으로 부담해야 할 처지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해운대구청 신청사 부지에서 폐기물이 발견돼 공사가 중지돼 있다.

해운대구는 재송동 구청 신청사 부지에 묻혀 있던 폐기물 10만ｔ의 출처를 조사할 계획이 현재로선 없다고 19일 밝혔다. 구는 경찰 고발도 염두에 두지 않는다. 구가 시로부터 부지를 매입한 시기가 오래 전인 만큼 실제 폐기물이 묻힌 시기는 더 오래됐을 것으로 추정돼 원인 규명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다 폐기물이 발견된 뒤 공사가 전면 중단돼 우선 폐기물을 처리하고 공사 재개에 집중한다는 것이 구의 입장이다.

문제는 86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폐기물 처리 비용을 세금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오래 전 일이어서 누가 폐기물을 묻어놨는지 당장 추정이 어렵고, 구도 따로 조사 계획을 세우지 않아 원인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은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 고발 역시 대상을 특정하기 어려워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는 시와 협의해 처리 비용 일부를 지원받을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구 예산만으로 신청사 건립이 어렵기 때문에 일부 비용을 지원한다”며 “이번에도 시가 폐기물 처리 금액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재송동 문화복합센터 앞의 신청사 부지는 과거 2001년·2006년 두 차례에 걸쳐 구가 시로부터 매입했다. 이전에는 국방부와 개인 등이 소유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컨테이너 야적장과 수영비행장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폐기물 양이 워낙 방대해 구가 매입하기 전 이미 불법으로 묻혔을 가능성이 크다. 구는 지하 약 5ｍ까지 폐기물이 있을 것으로 본다.

경찰도 내사를 진행 중이나 매립 일시가 오래됐고 공소시효를 넘겼을 것으로 추정한다. 경찰 관계자는 “내사를 진행 중이나 세월이 많이 흘러 매립 주체를 특정하더라도 공소시효가 만료됐을 가능성도 크다”고 밝혔다.

구 신청사건립추진단 관계자는 “현재로선 행위자를 찾기에 어려움이 크고 하루빨리 공사를 재개해 신청사 건립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게 급선무”라며 “문제 없이 신청사를 건립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량의 폐기물이 나온 만큼 출처 조사 등 원인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대 추태호(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는 “10만ｔ이나 되는 폐기물이 발견됐다면 불법으로 매립됐을 가능성이 커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며 “매립자를 특정해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세금 유출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