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면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퇴진 촉구 집회에 참여한 시민이 5일 동안 3만 명이 넘었다.

이번 집회에는 10·20대의 참여가 늘어 ‘탄핵 콘서트’ 같은 평화로운 문화가 정착돼 눈길을 끈다. 아이돌을 응원하는 응원봉이 등장하는가 하면, K-팝 음악을 개사해 행진하며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지난 8일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퇴진 촉구 시민대회’에서 젊은 참가자들이 응원봉을 들고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윤퇴진부산비상행동 제공

‘윤석열 정권 퇴진(윤퇴진) 부산비상행동’은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5차례 부산진구 서면 일대에서 진행된 윤석열 정권 퇴진 촉구 시민대회의 참여자 수가 3만 명가량으로 추산된다고 9일 밝혔다.

첫 날인 4일 3000명, 5일 3500명, 6일 3500명이 참가했다. 주말인 7일과 8일에도 각각 1만 명이 시민대회를 찾은 것으로 추산됐다.

이 기간 취재진이 만난 참가자 중 많은 이들이10대 또는 20대였다. 기말고사 기간을 앞두거나 취업 준비 중이지만 시간을 내 집회를 찾았다.

이들 손에 들린 건 형광색 파란색 등으로 꾸며진 다이아몬드 직육면체 둥근 모양의 ‘아이돌 응원봉’이었다. 이들은 BTS(방탄소년단), 더보이즈, NCT 등 인기 아이돌 그룹 응원 용품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노동가 위주이던 집회 노래에도 변화가 있었다. 지난 8일 오후 서면일대에서 진행된 집회에는 아이돌 그룹 ‘데이식스’의 인기곡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가 울려 퍼졌다. 간주가 나오자 함성이 터져나왔고, 가사를 개사해 ‘윤석열을 탄핵하라’ ‘국민의힘 해체하라’ 등을 크게 외쳤다. 윤도현 밴드의 노래 ‘흰수염 고래’가 연주될 땐 색색의 응원봉을 흔들며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대규모 시위였지만 큰 소동은 없었다. 경찰에 따르면 5일간 서면 집회가 진행되면서 접수된 과격 행동 신고는 없었다. 거동불편 등 신고는 15건 미만이었다. 현장에 방문한 김모(23) 씨는 “확실히 20대, 특히 젊은 여성의 비중이 높은 것 같다. 촛불은 꺼지니 꺼지지 않는 응원봉을 대신해 들고 나왔다”며 “색색깔의 응원봉을 보니 이게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을 오는 14일 등 매주 표결에 부치기로 하면서 부산 탄핵 촉구 움직임은 더 거세질 예정이다.

윤퇴진 부산행동은 애초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서면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지난 8일에 이어 오는 15일 오후 5시 일요일에도 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번 주 중으로 국민의힘 소속 부산 국회의원 사무실 앞과 국민의힘 부산시당 앞에서 지역별로 소규모 집회를 열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세부적인 일정과 규모는 추후 확정할 예정이다.

대통령 퇴진 요구는 부산경찰청까지도 번졌다. 진보당은 9일 오전 부산경찰청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은 지난 3일 군과 함께 국회의원 출입을 막으며 헌법기관 의사 진행을 지연시켰다. 수뇌부는 모두 내란 동조죄로 처벌 받을 것이다”며 “일선 경찰의 명예까지 무너뜨리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내란 현행범 윤석열을 체포 구속하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