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44년 만에 반공법 위반 무죄 “尹 계엄에 극심한 트라우마”

군부 고문에 거짓 자백해 실형…교사 출신 이태영 씨 재심 무죄

  • 조성우 기자 holycow@kookje.co.kr
  •  |   입력 : 2024-12-11 19:10:06
  •  |   본지 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판결 앞 비상계엄 불안에 떨어

- “부끄러운 역사 반복돼선 안 돼
- 거리로 나선 젊은이들 대견해”

군사정권 시절 반공법 위반으로 끌려가 고문으로 거짓 증언을 강요받아 실형을 살았던 부산의 한 교사가 44년 만에 무죄를 인정받았다. 평생을 ‘빨갱이’로 몰린 피해자는 최근 비상계엄 사태로 당시의 트라우마를 떠올리며 또다시 유죄가 될까 불안에 떨어야 했다.

44년 만에 반공법 위반 무죄를 선고받은 이태영 씨. 조성우 기자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판사 장기석)는 11일 과거 반공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이태영(69) 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무죄를 구형한 점과 과거 피고인이 불법구금과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이 인정돼 당시 진술의 임의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거나 일부 인정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당시 유죄 근거는 피고인 진술과 수사기관의 조서 등인데, 실제 이와 같은 말을 했더라도 술자리 등에서 개인적 의견 표명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봤다.

부산대 사범대학을 졸업한 이 씨는 경남 통영에서 독어 교사로 일하다 1980년 방위병으로 소집돼 부산 훈련소에 입대했다. 훈련을 받던 그는 갑자기 부산 보안대에 끌려가 며칠간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 대학 시절 박정희 정권을 비판하고 북한을 찬양했다는 이유에서다.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한 이 씨는 거짓 공소사실을 강제로 인정해 징역 2년의 실형을 살았다. 당시 고등학교 동기가 자신을 불순 언동을 하는 사람으로 지목해 보안대 사찰을 받는 등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게 이 씨의 설명이다.

교도소에서 출소한 이 씨는 출소 후 복직도 요원했다. ‘빨갱이’로 낙인찍혀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결국 교단으로 돌아가지 못한 그는 학원 강사로 일하다 해고되는 등 수난을 겪다 1999년 복직해 2018년 퇴직했다.

이 씨는 오랜 시간 무죄를 입증하려 했으나, 국방부에 관련 서류를 신청해도 받지 못하는 등 어려움이 컸다. 그러다 올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로부터 국가폭력 피해자로 인정받아 재심 청구를 할 수 있었다. 유죄 선고 후 무려 44년 7개월 만이었다.

지난 44년은 이 씨를 비롯해 가족에게 고통의 세월이었다. 출소 후 혼인한 아내 역시 멸시를 견뎌야 했다. 이날 선고를 마치고 나온 이 씨는 종이에 “빨갱이 마누라로 사느라 욕 많이 봤다”며 아내에게 감사와 위로를 전했다. 후두암 투병으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그가 아내에게 전한 진심이었다. 아내 목소리로 대신 취재진에게 심경을 밝힌 이 씨는 “머릿속 무거운 바위를 내려놓는 기분”이라며 “기쁘고 감사한 마음뿐이다”고 전했다.

최근 비상계엄 사태 때는 과거 트라우마가 도지기도 했다. 이 씨의 아내 박문옥 씨는 “판결을 앞두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비상계엄 사태로 무죄가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며 “선고까지 하루가 10년 같았는데 남편은 긴 세월을 이렇게 살았다고 생각하니 먹먹했다”고 토로했다.

이 씨 부부는 “유대인과 같은 삶을 살았다”며 “최근 거리로 나서는 젊은이들이 대견스럽고 다시는 부끄러운 역사가 반복되선 안 된다”고 심정을 전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5. 5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6. 6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7. 7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8. 8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10. 10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1. 1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4. 4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5. 5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6. 6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7. 7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8. 8[뭐라노]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9. 9김여정 "국경선 새 대응수단 임무대기…확성기도 수일 내 가동"
  10. 10이 대통령 "중수청 지휘감독 포기하는건 탄핵사유" 野 "국무회의 참석하면 밀실지휘 없어지나"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3. 3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4. 4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5. 5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6. 6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7. 7[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8. 8흑백요리사 셰프, 국내산 수산물 해외 홍보 나섰다
  9. 9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10. 10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3. 3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6. 6취임하자마자…도시철 파업 막기 숙제
  7. 7특검팀, 마산합포구선관위 등 투표자수 허위 입력 6곳 추가 확인
  8. 8구조하다 놓친 익수자 숨진 채 발견
  9. 9부산 다문화 고교생 5년새 2배…정작 한국어학급 ‘0’
  10. 10부산청년 취업 등 여전히 팍팍하네 “맞춤형 정보 절실”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5. 5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6. 6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7. 7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8. 8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9. 9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10. 10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우리은행
난치병 환우에 새 생명을
57년 평생 심한 말더듬에 고통…소통 연결고리 이어주길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거제 양대 조선소와 상생 협의…남부내륙철도에 행정력 집중”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