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5시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국회 앞 탄핵집회를 하던 시민들은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4시에 시작된 국회 본회의 생중계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가결을 알리는 의사봉 소리가 울리자 손뼉을 치고 ‘만세’를 외쳤다.

“민주주의 만세”, “대한민국 만세”, “우리가 이겼다” 등 구호가 국회 앞 도로를 메웠다. 일부 시민은 서로를 얼싸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이날 오후 여의도 집회에는 경찰 추산 20만8000명 주최측 추산 200명이 모였다. 이번 퇴진 집회의 상징이 된 ‘아이돌 응원봉’이 번쩍 들어 올려졌고, K팝 가요도 울려 퍼지며 흡사 축제 분위기가 연출됐다.

중년 남성들까지도 지드래곤의 ‘삐딱하게’, 에스파의 ‘넥스트 레벨’, 거북이의 ‘빙고’를 함께 부르며 ‘떼창’에 합류했다.

일부 시민은 음악과 함께 ‘아이돌 댄스’를 추기도 했다. 또 일부 시민은 동료들과 함께 집회 현장 쓰레기를 줍는 모습도 보였다.

같은 시간 보수 성향단체가 집결한 광화문 일대는 싸늘해졌다. 참가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다.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자유통일당, 전국안보시민단체총연합 등이 주최한 집회에는 경찰 추산 4만1000명이 모였다. 주최 측은 60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6시 5분 기준 참가자들은 4분의1정도(경찰추산 1만명)로 줄었다. 탄핵안 가결 이후 별다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환호와 실망. 연합뉴스

외신들도 국회 앞과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상반된 반응을 전했다.

뉴욕타임스(NYT)와 BBC 방송 등은 라이브 코너를 편성해 탄핵안 상정부터 표결 이후 시민 반응을 실시간 속보로 전했다. 광장에서 환호하는 모습을 동영상과 사진으로도 다양하게 소개했다.

NYT는 탄핵안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 국회밖에 모인 수천 명의 시위대 사이에 감돌았던 불안감이 가결 소식에 곧바로 승리감으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CNN은 표결이 끝난 이후 시위가 축제로 변했다고 표현했다.

위싱턴포스트(WP)는 시위대가 노래를 부르고 응원봉을 흔들며 K팝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며 달라진 한국의 시위문화를 소개했다. WP는 “10∼20대 젊은이들이 K팝 콘서트에서 사용했던 응원봉을 들고나와 좀 더 나이 든 시민들과 함께 조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일어섰다”며 시위 문화가 젊어졌다고 진단했다.

반면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든 광화문 광장의 분위기는 국회 앞과 사뭇 달랐다고 설명했다.

BBC는 탄핵 가결 순간 환호하며 소리 지르는 국회 앞 시위대의 모습을 27초짜리 짧은 동영상으로 실었다. 한 시민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끝나지 않았다. 헌재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고,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시민은 “오늘 이후로 한국 정치가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고도 보도했다. BBC는 반면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인 광화문 광장은 탄핵 가결 후 분노와 실망감이 극에 달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