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 정권 시절 부산에서 벌어진 집단수용시설 인권유린 사건 중 하나인 ‘덕성원 사건(국제신문 2022년 12월 12일 자 6면 등 보도)’ 피해자들이 국가와 부산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덕성원피해생존자협의회 안종환 대표 등 피해자 42명은 부산지법에 ‘덕성원 인권침해 국가배상 소송’ 소장을 접수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들은 대한민국과 부산시를 싱대로 총 462억 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덕성원은 부산 해운대구 중동에 있던 아동보육시설이다. 영화숙·재생원이나 형제복지원과 달리 부랑아를 전담해 수용하는 기관이 아니었지만, 적지 않은 아동이 부랑아 일시보호소에서 이곳으로 옮겨졌다. 초등학교에도 입학하지 않은 어린 아이부터 고교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가 이곳에서 생활했다.

아이들은 농장일이나 공사 등 강제노역에 동원됐으며 원장의 식모 노릇과 같은 사적인 일에도 끌려다녔다. 일요일과 방학에는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종일 덕성원 내 농장과 공사 현장 등에서 일해야 했다. 이들은 깻잎 1000장 따기, 파리 100마리 잡기 등 작업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구타를 당했다. 성추행 성폭력도 상습적으로 자행됐다. 이 같은 피해는 지난 10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상 규명 결정으로 공인됐다.

배상액은 피해자의 수용 기간과 피해 정도에 따라 나뉜다. 형제복지원 피해자 소송에 비춰볼 때는 ‘수용 햇수당 8000만 원’ 산식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형제복지원 사건 손해배상 소송을 맡은 전국 법원은 대부분 구금 1년당 8000만 원의 위자료를 책정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다만, 형제복지원 등과 견줘 덕성원 피해자는 초등학생 무렵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생활한 터라 수용 기간이 길다. 이 때문에 재판부가 제반 사정을 고려해 보상액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해마루 임재성 변호사는 “제주 4·3 사건 피해자 소송 때 실제 재판부가 장기간 감옥에 수용된 피해자에게는 형사 보상액을 줄여 판결해 제주 시민사회의 강력한 항의가 제기됐다”며 “그러나 오히려 구금 햇수가 길수록 그 고통도 곱절이 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오랜 시간 야만의 세월로 고통받은 피해자에게 국가가 책임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