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주 제소 3년 만에 대법 승소
- “억울하게 폐업해 1억 날릴뻔”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작은 가게를 꾸린 서민에게 지자체가 엉터리 법리 해석을 토대로 원상복구를 명령했다가 최종 패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지자체는 직접 검토해 접수받은 용도변경 신청을 두고 뒤늦게 위법이라며 행정 재량권을 남용, 하마터면 시민에게 큰 재산상 손해를 입힐 뻔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특별3부는 부산 남구 용호동 대단지 아파트 상가 세차장 주인 A 씨가 남구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처분 등 취소의 소’에서 원고 승소를 확정했다. A 씨는 세차장을 운영할 수 있는 공간에 지자체 신고 등 절차를 거쳐 가게를 차렸는데도 남구가 위법하게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며 지난해 1월 소송을 냈다.

A 씨의 세차장은 상가 지하 2층에 있다. 이곳은 지하 1, 2층을 상가용, 나머지 층을 입주민용 주차장으로 쓴다. 주택법 등 관련법상 입주민용 주차장은 아파트의 ‘부대시설’로서 주차장 외 용도로 사용하지 못한다.

그러나 상가용 주차장은 입주자와 공유하지 않는 한 ‘복리시설’로 규정, 요건만 맞으면 주차장 외 용도도 가능하다. 이곳은 설계 때부터 입주민용과 상가용의 진출입로를 따로 둬 공간이 독립됐다. 즉, 상가용은 복리시설이라 용도변경이 가능하다.

A 씨는 절차도 제대로 지켰다. A 씨는 입점 전 상가관리단에 세차장을 들일 수 있는지 문의했다. 이에 관리단은 남구에 ‘지하주차장 일부(9면)를 활용해 세차업체를 유치·운영하려는데 적법 여부를 검토해 달라’고 질의했다.

그러자 남구는 2020년 1월 주차장 외 용도로 변경 가능한 규정을 알리는 내용의 회신을 보냈다. 이를 토대로 관리단은 용도변경 신고를 냈고, 남구 또한 다음 달 이를 수리했다.

청천벽력의 소식이 전해진 건 이듬해 8월이었다. 남구가 세차장을 주차장으로 원상복구하라며 시정명령을 내린 것이다. 남구는 민원을 접수해 확인해 보니 세차장이 들어선 구역은 ‘부대시설’이어서 주차장으로만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A 씨는 남구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약 3년을 시달리고서야 구제받았다. 지난 5월 항소심은 아파트에 딸린 주차장이 아니므로 용도변경이 가능한데도 남구가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남구가 법적 성격을 중대 오인했다”며 A 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 씨 측의 최초 ‘질의’가 정식 용도변경 절차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남구의 책임이 크다고 봤다. 재판부는 “애초 질의 회신 부서가 사건 처분(시정명령)의 주무부서인 건축과 공동주택팀으로 동일하다. 심지어 공동주택팀장은 동일인이다. 남구가 용도변경 신고가 필요하다는 안내를 했다면 그런 신고(용도변경)가 함께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무신고 용도변경행위가 발생하게된 데에는 피고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A 씨 측은 “억울하게 폐업해 1억 원 이상을 날릴 뻔했다. 남구가 법률 확인도 없이 허가를 해준 뒤 원상복구 명령을 내려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