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OECD 기준 ‘다민족 국가’
- 다문화 대신 ‘상호문화’ 사용 제안
- 법률·교육·통역·심리상담 등 지원

“지난해 10월 말 기준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등록 외국인 수는 270만 명(5.19%)으로, OECD가 정하는 ‘다민족, 다인종 국가’ 기준인 전체 인구 수의 5%를 넘어섰습니다. 그런데도 이들은 여전히 이방인이죠. 이제는 이웃으로 받아들여야 할 때입니다.”

사도 요한 윤종두 신부가 이주민을 지역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용구 기자

사도 요한 윤종두(49) 신부는 5일 “존폐 위기에 몰린 대학교의 유학생 유치, 산업 현장 일선 인력의 외국인 대체 현상 등이 가속화하면서 이주민은 날로 늘어가지만 이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인식은 한참 뒤떨어져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도계동에 있는 창원이주민센터장이기도 한 윤 신부는 “센터 행사 진행을 위해 선량한 외국인 몇 사람만 모여도 인근 주민들이 위험 요인으로 보고 민원을 넣는 게 단적인 예시”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도·시비를 지원받아 천주교마산교구가 운영하는 창원이주민센터는 이주민이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부딪히면 가장 먼저 도움을 요청하는 ‘행정복지센터’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가족센터, 출입국사무소 등 한 가지 분야에 특화된 정부·지자체 산하 외국인 지원 기관과 달리 이곳에서는 법률과 교육, 통역, 심리 상담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윤 신부는 “작업 중 다친 베트남 노동자에게 산재 보상금을 대신 받아주고, 전국에 산발적으로 거주하는 동티모르 노동자를 대상으로 축제를 열기도 했다”며 “선천성 심장 질환을 가진 17살 필리핀 소녀를 국내 의료진과 연결해 완치 판정을 받게 한 일화도 있다. 외국인 관련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선다”고 부연했다.

지역 최일선에서 이들을 보살피는 그이지만 2022년 11월 창원이주민센터에 근무하기 전 필리핀에선 그 역시 ‘불법 체류자’ 생활을 했다고 털어놨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 부산가톨릭대 신학대학, 서울가톨릭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2007년 수도자가 되기 위해 낯선 이국땅으로 건너갔고 2010년 우연한 기회에 원주민 마을 ‘바타안’에서 살게 됐다고 한다. 윤 신부는 2011년 로가찌오니스티 수도회에서 사제품을 받은 뒤에도 현지에 남아 원주민을 도우며 선교활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그는 “체류 기간 절반 정도는 관광 비자로 생활했는데 당시 법적으로 자율권이 대부분 박탈당한 상태라 어려움이 많았다”며 “사실상 법적 테두리 밖에서 대학교수나 시간강사를 맡기도 했는데 이주민의 고달픈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이 됐다”고 회상했다.

윤 신부는 코로나19 창궐 당시 현지로 실습을 왔다가 도시 폐쇄 조치로 국내 입국이 어려워진 한국인 신학생 5명을 돕는 과정에서 10년 넘게 이어진 외국 생활을 의도치 않게 청산하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이들과 함께 한국에 발을 들인 그 역시 필리핀으로 돌아갈 길이 막힌 것이다. 이에 마산교구에서 국내이주사목 협력 사제를 맡아달라고 제안, 그가 수락하면서 이주민을 돕는 인생 2막이 펼쳐졌다.

윤 신부는 이주민과 우리 사회의 통합을 꿈꾸며 점차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달 19일 창원이주민센터에서 ‘이주민의 삶과 권리, 그리고 공동체의 미래’를 주제로 첫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다.

윤 신부는 “다른 나라에선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것을 전제로 불법적인 경제 활동을 해도 어느 정도 용인을 해주는 정서가 있을 정도로 이주민에게 열려있는데 한국은 유독 외국인이 걸어 다닌다고 신고할 정도로 배타적”이라며 “교육계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다문화’라는 용어 대신 ‘상호문화’라는 말부터 통용해야 한다. 센터를 통해 차근차근 바꿔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