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의 ‘웅동1지구 개발사업’ 시행자 지위 회복 전망이 밝지 않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경자청)을 상대로 한 1심 소송에서 패소(국제신문 지난해 11월 25일 자 10면 등 보도)한 데 이어 항소심 선고 결과를 가늠하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다. 다만 관계 기관장 등이 ‘조기 정상화’ 의지를 보인 터라 소송이 아닌 ‘실무 협의’를 통해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경남 창원시 웅동1지구 개발사업지 전경. 국제신문 DB

부산고법 행정1부(김문관 부장판사)는 지난 9일 시가 경자청을 상대로 제기한 ‘웅동1지구 개발사업시행자 지정 취소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 또는 기각했다고 12일 밝혔다.

앞서 시는 경자청이 2023년 3월 통보한 지정 취소처분의 효력을 항소심 본안 소송의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시는 이런 ‘주위적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를 대비해 예비적으로는 공동시행자인 경남개발공사(공사)와 함께 경자청 처분 효력을 멈춰달라고도 했다.

그간 시는 전체 공정을 관리한 공사와 민원 처리를 담당한 시가 사업 지체에 따른 책임을 똑같이 지는 게 부당하다고 변론해 왔다. 공사와 시는 각각 64%, 36%의 지분을 소유 중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업 내용적으로 시와 공사가 분리될 수 없고, 경자청 처분은 시에 대한 부분만을 특정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주위적 신청을 각하했다. 예비적 신청도 기각됐다. 효력 정지 기간 개발사업이 계속 교착 상태에 빠지게 돼 공공의 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시는 지난 11일부터 시행자 직위를 잃게 됐다. 애초 시가 1심 과정에서 신청한 집행정지 가처분이 2023년 9월 인용돼 1심 본안소송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지난해 12월 7일까지 처분 효력이 정지됐다. 항소심을 앞두고 이번에 두 번째 집행정지를 신청하자 법원은 직권으로 지난 10일까지 그 기간을 연장했다.

시와 공사는 지위 상실로 사업 협약이 해지되면 9개월 내 민간사업자인 진해오션리조트에 확정투자비 1500억~2400억 원을 물어야 한다.

다만 시 등은 시간적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민간사업자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항소심 본안 소송 등이 마무리될 때까지 협약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협약 해지 땐 투자비 규모 등을 두고 또 다른 소송이 예상되는 등 셈법이 더욱 복잡해진다.

시는 우선적으로 오는 23일까지 이번 가처분 신청 기각·각하에 따른 재항고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항소심 첫 변론기일은 오는 4월 11일 열린다.

대화로 풀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렸다.

박성호 경자청장은 지난 2일 임기 시작 이후 웅동1지구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선정, 관계 기관과의 협의에 적극 나서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보인다. 그는 대체 시행자 선정 절차를 멈추고, 가급적 이달 내 해결책을 찾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완수 도지사와 홍남표 시장도 최근 각각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상 의지를 표명했다. 시 관계자는 “무엇보다 사업을 본 궤도에 올려놓는 게 우선”이라며 “여러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와 공사는 2009년 민간사업자와 진해구 수도동·제덕동 225만㎡ 일대에 골프장, 숙박시설, 휴양문화시설 등을 설치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수익성이 높은 36홀 규모의 골프장만 조성된 채 사업이 멈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