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서 만난
- 외국인노동자들 언어수업 열기
- “한국인 친절, 근무환경도 좋아”
- 만족과 함께 소통 등 애로 토로
- 부산의 국제학교 외국인 학생들
- “마치 난민처럼 보는 시선 느껴
- 대학입시 등 제도적 불이익도”
- “다문화 구성원 융화하지 못하면
- 지역사회 전체에 크나큰 손실”
- 수용성 개선 시도 곳곳서 활발
외국인 체류자와 다문화 가정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들을 수용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인 ‘다문화 수용성’의 중요성도 날로 커진다. 과거와 달리 노골적인 차별과 제도 공백은 크게 개선됐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따돌림 등 여전히 다문화 가정 또는 외국인을 향한 인식은 개선이 필요한 지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사자 또는 관련 업무 종사자들은 궁극적으로 문화 간 경계가 허물어진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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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오전 부산 강서구 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교육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한국어 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조성우 기자 |
■‘친절한 한국인’이지만…12일 오전 부산 강서구 부산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교육장. 서툰 발음으로 한국어 문장을 구사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이날 수업은 한국어 초급자를 위한 자리로, 수강생은 대개 한국 입국 1, 2년 차 외국인 노동자다. 30여 명의 수강생은 베트남 네팔 우즈베키스탄 등 국적이 매우 다양했다. 이들은 주로 E9(비전문취업)과 H2(방문취업) 비자를 갖고 일자리를 찾아 한국으로 왔으며, 공단이 있는 서부산이 일터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체로 부산의 근무 환경에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지난해 8월 국내에 첫 발을 내디딘 베트남인 수강생 판 티엔 바(34) 씨는 “회사에서 다들 친절하게 대해줘 별다른 불편함 없이 잘 지낸다”며 “근무가 끝난 뒤 한국인 동료들과 산책도 하고 이야기도 나눈다”고 말했다. 조선소에서 일하는 그는 한국으로 오기 전 베트남에서 한국 문화 교육과 한국어 수업을 들어 적응이 더 쉬웠다.
입국한 지 2년 6개월이 넘은 우즈베키스탄인 사르도르(38) 씨는 “소통 문제로 1, 2개월 일하다 그만두는 동료들을 많이 봤다”며 “한국어가 어려운 외국인을 위해 정해진 기간 회사에서 전담 관리 인력을 편성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고용행정통계(EIS)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고용허가제(E9·H2 비자)를 통해 입국, 부산 경남 울산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4만6563명에 달한다. 이들은 합법적으로 입국한 것으로, 대부분 비자 연장을 희망한다. 소득활동이 가장 큰 사유지만, 제도권 안의 외국인 노동자를 향한 우리 사회의 다문화 수용성이 과거와는 분명히 달라진 셈이다.
■구분 무의미한 사회 지향해야 |
| 부산다문화국제학교 고등학생들. 왼쪽부터 박다솜 양, 쩐두안칸 군, 허한나 양. |
여전히 차별과 편견에 신음하는 이도 많다. 대안학교인 부산 동구 부산다문화국제학교는 초중고 학생 80여 명이 다닌다. 이 중 고등학생인 2005년 출생 중도입국자 학생 3명은 모두 다문화 가정 당사자로서 부정적인 경험을 겪었다.
필리핀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허한나 양은 “필리핀에서 부산의 한 중학교로 전학했는데, 한국어가 서툴다 보니 다른 학생들과 오해도 많았고 무시당하는 느낌도 많이 받았다”며 “기본적으로 외국인을 낮게 보는 시선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베트남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를 둔 쩐두안칸 군은 “어떤 사람들은 우리를 난민으로 생각하고 대하는 경우도 있다”며 “불쌍하게 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베트남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슬하의 박다솜 양은 “우리를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으러 온 사람으로 볼 때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대학 진학을 앞둔 이들은 입시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부모님 중 1명이 한국인이라 한국 국적을 취득해 외국인특별전형 등으로 입시에 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시모집 때 부족한 한국어 능력이 발목을 잡을 때도 많다.
부산다문화국제학교 오명옥 교무부장은 최근 한국어능력시험(TOPIK)에서도 부족한 배려를 느꼈다고 전했다. 오 부장은 “대입 등에 한국어능력시험이 필수인데, 트래픽 과다 등의 이유로 학생들이 접수조차 못해 입시에 불이익을 겪었다”며 “고사장을 제공하는 대학은 애초 접수 가능한 자리를 미리 할당받는데, 정작 시험이 절실한 다문화 학생들은 기회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20년간 다문화 학교 교사로 일한 그는 “일반 학교에서 다문화 학생 체험 프로그램을 하는데, 교사들이 다문화 학생의 소통 능력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수업하는 경우도 있다”며 “과거와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문화 수용성이 궁극적으로 높은 사회는 구분이 사라진 사회”라며 “각자 다른 생각과 재능이 있는 만큼 서로를 인정하며 섞일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문화 수용성의 중요성다문화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도 이뤄진다. 부산시는 매년 다문화 가족 지원사업을 마련해 가족 사이의 관계를 향상하고 의사소통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특히 ‘다문화아빠학교’를 운영, 한국인으로 다문화 가정을 꾸린 아빠가 자녀와 함께 일일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정서적 유대를 강화하도록 돕는다.
이처럼 사회뿐만 아니라, 가정 내 서로를 이해하는 수용성을 높이면 다문화 가족이 더 건강한 가정이 되며 사회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1년 국민 다문화 수용성 조사’에 따르면 성인 기준 다문화 교육에 참여한 사람의 수용성 점수(56.88)가 미참여자(52.02)보다 높았다. 또 다문화 행사 자원봉사 동호회 등에 참여한 성인(58.65)과 그렇지 않은 사람(52.1)의 다문화 수용성이 최대 6.55점까지 차이 났다.
임경호 부산다문화국제학교장은 “다문화 학생이 사회에 융화되지 못하면 나쁜 길로 빠지거나 낙오될 수도 있는데, 이는 사회 전체적으로 매우 큰 손실”이라며 “그들이 우리 사회 구성원 중 하나라는 점을 인정하고 정상적인 교감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안학교를 비롯해 보호기관, 위탁 처분 등 다양한 정책과 사업이 시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