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연구원 프로젝트 참여 계기
- 사회 바꾸는 하천사업 뛰어들어
- 동천상태 계량화·정보 지속공유
- 책자발간·협업 체험행사 등 성과
- “동천축제 규모 키우기 위해 노력
- 조직 법인화·협동조합화도 모색”
◇ 이용희 대표의 인생이모작 귀띔
- 뜻을 돈독히 하고서 젊은 시절 쌓은 경험을 토대로 공동체 살리기에 지혜를 발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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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쉬는 동천의 이용희(오른쪽 두 번째) 대표가 회원들과 동천이 복개되어 있는 광무교 인근에서 하천의 오염도와 하수의 흐름을 조사하고 있다. 숨쉬는 동천 제공 |
인생2막 때는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보람된 일일까? 전문가들은 수입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은 점차 줄이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시간을 늘리라고 한다. 장년기 때는 가족을 건사하기 위해 직업생활에 분투했다면, 은퇴 후에는 살아온 삶의 터전을 돌봐야 한다는 것. 이는 미래 세대의 성장을 위해서도 권장할 만하다. 이번에는 인생2막에 부산의 정체성과 자존심일 수 있는 동천을 위해 애쓰는 분이 있기에 방문했다.
-여기는 어디인가요? 왜 이곳에서 보자고 하셨나요?
▶여기는 동천의 보행전용교량 ‘골든브리지(Golden Bridge)’로서 동천(東川)의 상징적 장소입니다. 현재 문현금융단지가 있는 이 일대에는 과거 군수기지창이 있었고 우리나라 근대 산업경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들이 태동한 곳이죠. 이 지점은 동천의 수질 상황, 역사와 미래를 함께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만난 사람은 바로 ‘숨쉬는 동천’의 이용희(64) 대표다. 해양대 구모룡 교수가 ‘동천을 살리는 일은 지역 회생의 시금석’이라 한 말에 응답이나 하듯이 그는 인생2막에 동천의 긍지가 곧 부산의 긍지라며 자나 깨나 동천을 돌본다.
-시민은 동천을 안다고 하지만 사실 정확히는 모릅니다. 동천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어요?
▶동천은 부전천 전포천 가야천 호계천 등의 지천(支川)이 합류해 만들어진 지방 하천입니다. 백양산 선암사 계곡에서부터 서면시가지 문현금융단지, 그리고 시민회관을 지나 북항 바다까지 이르는 약 10km 길이의 하천입니다. 그 중에서 상당 부분이 아스팔트로 덮여서 도심 도로로 사용되고 있으며, 광무교로부터 바다까지의 2.7km만이 온전히 열려있죠.
-지역사회에서는 동천의 악취 때문에 걱정하고 있습니다.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요?
▶실제 이 다리에서 보면 겨울에는 하천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게 관리될 때도 있지만 수질이 좋다고 할 순 없죠. 부산시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번에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물고기가 살 수 없고 하천수가 사람 살에 닿으면 피부병을 일으키는 5급수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는 동천을 생태적으로 건강한 하천으로 가꾸기 위해 2014년 초에 30여 명의 전문가 및 시민과 ‘숨 쉬는 동천’이라는 순수 시민단체를 결성했습니다. 우리는 정성적으로 주장하기보다는 전문적인 논거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장을 외치는 집회 활동보다는 전문성에 기반한다는 건가요? 좀 더 설명해주세요.
▶‘숨쉬는 동천’이란 일차적으로 수질을 개선함으로써 가능한 것이죠. 그래서 수질과 생태계 전반에 대한 자연과학적 건강성에 대한 엄밀한 조사와 연구를 기반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기조를 잡은 것이죠. 그래서 맨 처음에 우리는 수질개선 도시재생 생활공동체라는 세 개의 주제를 중심화했습니다. 그런데 문현금융단지가 들어서면서 당장 악취 문제가 대두돼 수질개선에 올인하기도 했습니다.
시민단체 중에는 근거는 낮지만 목소리는 높은 경우가 더러 있다. 그래서 갈등 많은 사회에 문제를 오히려 가중하는 경우가 없지 않은데, 이 대표는 이를 경계한 듯했다.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이 사업을 시작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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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쉬는 동천에서 발간한 자료들. |
▶개인적으로는 약 14년 전 서면으로 이사와서 동천을 매일 접했습니다. 그리고 그 즈음 부산연구원(BDI)이 동천 재생 프로젝트 마스트 플랜을 수립할 때 동천 재생 시민참여단을 모집하기에 참여한 것이 주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젊은 시절 어떤 일에 종사하셨나요?
▶저는 전문 연구자 출신입니다. 이학박사 학위를 받고서 대학에서 강의하며 또 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런데 부산연구원의 과제에 참여하면서, 사회를 바꾸는 좀 더 실천적인 일을 해보고 싶더군요. 우리가 숨을 쉰다는 왕성한 생명 활동은 주변 환경과 매우 밀접한 비례 관계가 있지요. 저는 부산의 심장을 관통해서 흐르는 동천부터 숨 쉬게 하고 싶었습니다. 숨 쉬는 동천을 통해 숨 쉬는 부산, 나아가 숨 쉬는 지구를 만들고자 하천 사업에 뛰어든 것입니다.
-상당히 의미가 있지만 당시 나이로는 가장으로서 경제적인 문제가 있지 않았나요?
▶사실 아내의 묵인과 지원 아래 가능했습니다(웃음). 아내는 ‘지건축디자인’이라는 실내건축디자인 회사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이렇게 비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어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죠.
공동체를 돌보는 일은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대개 무엇과 무엇의 사이, 어느 곳과 어느 곳의 경계 지점은 관심의 사각지대가 되어 있다. 문제는 각자도생의 시대인지라 이 돌보는 일은 누군가의 헌신의 대가라는 것. 어쨌든 이 대표는 이렇게 양해가 되어 이학박사로서 전문성을 갖고 동천 살리기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동천이 ‘똥천’이란 오명을 쓸 때 실천적 이학박사로서 고민이 깊었겠지만, 동천이 가진 문화적 혹은 정체성의 가치에도 주목했겠죠?
▶당연하죠. 동천은 부산의 중심 시가지를 관통하고 있는 큰 하천이기에 서울의 청계천처럼 부산의 정체성이랄 수 있어요. 또한 삼성그룹 LG그룹 대우자동차 동명목재 태화고무 등 우리나라 굴지의 근대기업이 이 유역을 터전으로 시작했었죠. 그러니 이곳을 숨 쉬게 하는 사업은 가장으로서 생계를 돌보는 임무를 잊게 할 만큼 의미있는 일입니다.
-돌이켜보면 어떤 활동이 기억에 남는가요?
▶우리 활동을 통해 민·관·학 쪽에 부전천 등 4개 지천이나 작은 구거와 도랑들의 중요성을 인식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동천의 상태를 계량화해 표현한 점, SNS로 동천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전파해온 점, 회원들의 언론 기고, 리플렛 배포, 연구성과물 공유도 좋았다고 합니다. ‘동천이 살아야 부산이 산다’ ‘동천의 물길 따라-역사와 전설’ ‘숨쉬는 동천’ 책자 발간도 좋은 반응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숨쉬는 동천학교’(교장 이서은)를 개설해 체계적인 인식개선 활동을 추진했습니다. 세미나와 체험활동 중에는 우리의 독자 활동도 있고 ‘아시아공동체학교’(교장 박효석)나 경남공고, 미래창조평생교육원 등과 협업한 것도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11월 1일을 동천의 날로 지정해 BNK부산은행과 함께 행사도 했습니다.
-사업을 추진하는 중 난관은 어떻게 돌파하고 있나요?
▶지금까지 꾸준히 함께하는 동료 회원들이 많이 계십니다만 젊은이들과 전문가의 참여가 더 필요합니다. 다양한 언론매체와 유치원부터 초·중·고와 대학까지 방문해서 함께 하실 분을 찾는 중입니다. 저의 경우 일본 군마현에서 3년 정도, 그리고 대학 실험실에서 환경오염 관련 일을 한 경력이 도움이 되더군요. 대학의 젊은 연구자들이 리빙랩 차원의 현장으로 함께 와주시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올해 주력 사업은 어떤 게 있나요?
▶작년에 시작한 지역축제를 더 키우고 싶습니다. 기후변화에 따라 숨 쉬는 하천의 중요성은 더 커질 뿐만 아니라, 이곳에 스토리텔링 소재가 많거든요. 동천축제는 도심을 건강하게 만드는 생태문화관광의 알맹이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조직을 더 활성화하고 싶습니다. 사실 특화된 비영리 민간단체로서 현재와 같이 운영할 것인지, 아니면 법인화나 협동조합으로 확대할 것인지도 모색 중입니다. 이 방식이든 저 방식이든 중요한 것은 진짜 숨 쉬는 동천을 만드는 일이고 이에 초점을 맞춰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지역의 박수영 국회의원이 동천의 건강한 개발을 표명했으나 나라의 정쟁 정치가 말 못 할 정도인지라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은퇴를 한 후배들이 공동체 활동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비영리단체는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우선으로 해 공익적으로 활동하는 자세를 내면화해야 합니다. 이게 영리단체와 다르죠. 그리고 유능한 후속세대를 길러내고 다양한 이해관계를 잘 조절하는 역량을 가져야 합니다. 젊은 시절의 경험을 성찰한다면 좋을 것입니다. 젊은 시절의 잡다한 경험과 체험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상충되거나 서로 연결되고 보완되어 때가 되면 경륜과 지혜로 발현될 것입니다.
시대는 바야흐로 대전환기다. 시민단체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과거엔 반민주적 권위주의를 해체하는 일이 절박해 목표가 간결했다. 그러나 지금은 거대담론이 통하지 않는다. 돈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금권주의가 횡행하는 중에 생태파괴 초고령화 인구감소 집단이기주의 신뢰파괴가 심각하다. 개인 조직 도시 국가의 각자도생이 절실해지니 조정하기 힘든 다양한 가치가 폭포처럼 분출한다. 이용희 대표는 이 시대 상황에서 누구도 나서지 않았지만 부산의 정체성에 절실한 아젠다를 잡았다. 그런 점에서 그의 실천활동은, 주식으로 치면 성공하는 가치투자로 보인다. 더구나 큰 목소리로 외치는 대신 이학적 전문성에 기반해 파고드는 꾸준함은 새로운 시민운동의 쿨한 대안을 보여주니, 바라보는 이에게도 벌써 무언가 숨을 쉬게 한다.
※특별후원: BNK 금융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