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형제복지원에 갇힌 아동이 부모 몰래 해외로 입양된 사실이 처음으로 입증됐다. 그간 형제복지원 아동의 해외 입양은 피해자 증언 등을 통해 알려졌으나 구체적 기록으로 실체가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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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입양된 형제복지원 피수용아동의 신상기록카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제공 |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1일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조사 4차 결과를 발표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날 해외로 입양된 1명 등 총 130명을 ‘중대한 인권침해’ 피해자로 규정하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진실화해위는 이번 조사에서 입양알선기관 3곳과 부산시, 아동권리보장원, 관련 아동복지시설 등으로부터 자료를 받았다. 이를 분석한 결과 1976년부터 1989년까지 형제복지원 수용자 중 최소 31명이 해외 입양된 사실을 확인했다. 친부모 17명의 존재도 밝혀졌다. 1988, 1989년 해외로 입양된 아동 4명은 형제복지원에서 다른 시설로 옮겨진 뒤 입양알선기관에 인계됐다.
해외 입양 과정에서 제도 허점을 악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법령상 시설에 수용된 아동을 해외 입양하려면 ‘부양의무자 확인 공고’를 통해 보호자를 먼저 찾아야 한다. 그런데 형제복지원은 이에 앞서 입양알선기관에 아동을 인계해 입양을 추진하고는 입양알선기관이 있는 서울 한 구청 등에 공고를 내는 등 아동이 발견된 장소와는 상관 없는 곳에서 절차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피해자 중 박모 씨는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된 임신부 김모 씨가 출산한 아이로, 출생 한 달 만에 입양알선기관에 인계돼 3개월 후 해외로 입양됐다. 박 씨의 경우 생모 명의의 입양동의서가 확인됐다. 그러나 진실화해위는 자진 퇴소가 불가능한 형제복지원에서 생모가 아이를 양육하기 어려운 가운데 입양동의서 작성 당일 입양알선기관이 아동을 인수한 터라 동의를 철회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강압에 못 이겨 입양에 동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형제복지원과 입양알선기관 간 ‘거래’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시설 입장에서는 아동을 수용하고 있는 것이 보조금을 타내기에 더 유리한데도 아동 입양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알선기관과의 관계를 추론해볼 수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자료 등은 확보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로 인정된 대상자는 620명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