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객 진술 등 수하물 발화 무게
- 전원 켜진 전자기기 특히 위험
- 12년 만에 무사고 기록도 깨져
- 에어버스 제조국 佛 조사 참여
국토교통부 등 관계 당국이 지난 28일 김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사고기에 탑승한 승객들이 “기내 수하물 선반에서 연기가 났다”고 진술하면서 휴대용 보조 배터리 등에 의한 화재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
지난 28일 밤 10시26분께 김해국제공항에서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에 불이 나 소방 당국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는 조만간 본격적인 합동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 항철위는 앞서 이날 오전 부산경찰청 부산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사전 회의를 열고 감식 가능 여부를 논의했다. 이날 회의는 화재가 발생한 항공기 양쪽 날개에 아직 약 3만5000파운드의 항공유가 남아 있는 점을 고려해 현장의 안전 확보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정확한 사고 조사를 위해 프랑스 사고 조사위원회 관계자도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화재가 난 항공기는 에어버스 기종으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의 항공기업이 설립했다. 이에 항공기를 제작하고 설계한 국가에서 사고 조사에 참여한다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에 따라 프랑스 조사당국이 국내에 들어온 것이다. 경찰은 합동감식 결과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당국이 합동감식을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힐 예정인 가운데 오버헤드 빈(기내 수하물 보관함)에서 최초 발화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커진다. 당시 비행기에 탑승했던 일부 승객은 “항공기 뒤편 수하물을 두는 선반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난 후 연기가 났고, 승무원이 소화기를 들고 오는 사이 연기가 자욱해지면서 선반에서 불씨가 떨어졌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기내 반입한 여행용 캐리어 등 수하물 안에 보관한 휴대용 보조 배터리나 전자기기에서 발화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에어부산에 따르면 화재를 처음 목격한 승무원 역시 기내 후미 부근 왼쪽 서랍에서 발화를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국토부는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대테러 조사를 벌인 결과, 테러와 관련된 용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 또한 기내 반입한 보조 배터리 등 전자기기에서 화재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신라대 김광일(항공운항과) 교수는 “보통 기내 꼬리 쪽에서 불이 났다고 하면 항공기보조엔진(APU) 화재나 전기 합선, 기내 수하물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며 “승객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특정 승객이 전원이 켜진 전자기기를 기내에 반입했고, 그 기기가 어떠한 이유로 폭발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사고는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 화재가 발생했고, 승객과 승무원이 모두 비상용 슬라이드를 이용해 대피하면서 큰 인명 피해는 없었다. 다만, 대피 과정에 승객 3명과 승무원 4명이 타박상 등 경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번 사고로 10년 이상 유지된 에어부산 무사고 기록이 깨졌다. 에어부산은 지난해까지 12년간 사고는 물론 준사고도 1건도 없었다. 이는 항공편 수가 10만 편 이상인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한 기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