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외모·말투 이유로…고학력 결혼이주여성도 취업 차별 일쑤

인구소멸 부산을 다문화 융합도시로 <5> 경제자산 활용안 찾아야

  • 권용휘 기자 kyw@kookje.co.kr
  •  |   입력 : 2025-02-02 18:58:15
  •  |   본지 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부산 결혼이민자 21%만 일자리
- 이 중 78%는 월소득 50만 원↓
- 통역·육아관련 단기직이 대다수
- 대졸자 갈 곳 없어 유흥업 전전
- 다양한 직업훈련·취업연계 절실

#“외출하기 전 피부톤은 가능하면 하얗게 보이게 화장합니다. 코 양쪽에 명암을 줘 코가 오똑하게 보이게 만듭니다. 그러면 한국인이랑 비슷한 얼굴이 됩니다.”

2일 만난 이가람(20대·가명) 씨는 유창한 한국어로 말했다. 그가 한국인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면 모를 법했다. 그가 매일 밤 출근하는 곳은 부산 유흥가 일대 노래방이다. 그녀도 이런 직업을 가질 생각은 없었다. 1년 전 매일 폭력을 가하는 남편과 더 살 수 없어서 이혼했고, 본국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세 살 난 아이와 영영 생이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출신이 아니고 직업도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양육권을 빼앗겼다. 일주일에 하루라도 아이와 만나려면 이 일이라도 해야 한다. 그러나 정상적인 직업을 구하는 건 불가능했다. 전화통화를 하는 순간 거절당하기 일쑤. 어쩌다 면접을 가면 담당자 눈에서 당황한 기색을 읽을 수 있었다. 당연히 연락조차 없었다. 그 흔하다던 편의점 점원 자리도 언감생심이었다.
#비슷한 일을 하는 태국 출신 윤샘(20대·가명) 씨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외국인 유학생으로 부산에 왔고, 한국인 학생과 사랑에 빠져 어렵게 결혼했다. 결혼보다 더 어려운 건 생활고였다. 남편 직업이 변변치 않았고, 윤 씨라도 돈을 벌어야 했는데 쉽지가 않았다. 아르바이트 사이트를 뒤져봤지만, 대부분 채용이 끝났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참 이상했다. 한참 뒤에 본 공고문에는 ‘채용 중’ 이라는 머릿말이 붙어있었다. 그러다 경력이나 자격증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고수익 일자리라고 해서 연락했더니 어눌한 한국 말투도 반갑게 맞아줬다. 당일 면접을 하고 채용이 결정됐다. 윤 씨는 “사장을 따라 어두컴컴한 통로를 지나 방으로 들어가니 나와 비슷한 여자들이 모여 화장을 고치고 있었다. 전화로 반갑게 맞아줄 때부터 어떤 곳인지 감이 왔다”며 “식당 아르바이트도 고민해 봤지만 최저임금도 못 받고 추방당하는 것보다는 이게 낫겠다 싶었다”고 떠올렸다.

■30년 넘게 자리 못 잡는 잉여인력

결혼이주여성은 1990년대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 2024년 12월 기준(법무부 통계 월보) 부산 등록 외국인은 5만5805명으로 여성이 2만3914명, 남성 31891명이다. 이는 부산 주민등록인구의 1.7%에 해당한다. 2019년 4만5999명에 비해 21% 증가한 수치이다.

이 중 유학생 1만3136명, 외국인 근로자(E-9· H-2 비자) 1만87명, 결혼이민자 6429명 등의 순서로 많다. 결혼이민자 중 여성이 대부분(5125명)을 차지한다. 결혼이주여성은 결혼 후 3년이 지나고 1년 이상 거주하면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1990년대부터 30년 가까이 누적된 한국 국적 취득 결혼이주여성이 최소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관련 기관은 추산한다. 결혼이주여성은 부산에서 일정 기간 머물다 본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 유학생이나 근로자와 달리 한국에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는 ‘어엿한 한국인’지만 경제적으로는 자리를 잡지 못한다.

만약 결혼이주여성이 결혼생활에 실패하거나 생계가 어려워져도 본국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일자리를 구해야 하지만 얼굴이 다르다는 이유, 혹은 말투가 어눌하다는 이유로 취업을 거부당한다.

결국 이들이 그나마 일을 할 수 있는 유흥업소를 전전하는 상황이 늘어간다. 최근에는 이곳에서 일할 내국인 여성이 사라지면서 이들이 이 자리를 빠르게 채우고 있다.

시민단체 ‘이주민과 함께’에서 일하는 결혼이주여성 기수하(중국 출신) 활동가는 “결혼에 실패하거나 생계가 어려운 이주여성이 노래방 등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일하다 성매매를 강요당하거나 성폭행 등의 피해를 보는 일도 있지만, 하소연할 수도 없다”고 했다. 이어 “결혼이민자가 한국으로 들어오는 초기에는 여성 대부분이 저학력자였고, 한국어가 매우 서툴러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요즘 대다수의 결혼이주여성은 고학력자에 한국어도 유창하지만 취업하기가 정말 어렵다”며 “나 역시 중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국내 항공사와 반도체 기업에서 근무한 경력을 갖춘 결혼이주여성이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고 털어놨다.

■“21%만 일해… 월소득 50만원 미만”

이주여성의 저조한 경제활동 수치는 부산시 출연기관의 관련 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부산여성가족과평생교육진흥원의 ‘2023년 부산 외국인주민(결혼이민자) 생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대상자 204명 중 ‘일하고 있다’고 답한 이들은 21.6%에 그쳤다. 이들 중 38.6%만이 상시 고용 상태로 대부분의 일자리가 안정적이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월 평균 소득 역시 78.4%가 50만 원 미만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결혼이민자 대다수가 통·번역 업무, 공동육아나눔터 업무 등 단기 근무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채용 주체가 다문화센터 등 공공기관이 대부분이어서 단기간이라도 최대한 많은 수의 결혼이민자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보고 계약 연장에 소극적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결혼이민자의 취업은 통역과 관련된 업무에 한정된 경향이 있다. 결혼이주자들이 더 다양한 업무를 맡을 수 있게 관련 훈련프로그램을 만들어 사전경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공동기획=국제신문, BNK부산은행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3. 3‘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4. 4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5. 5‘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6. 6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7. 7기장군수실 1층 이전 ‘없던 일로’
  8. 8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9. 9송곳검증 벼르더니…교통·시설公도 싱거웠던 시의회 청문회
  10. 10매표소 오픈런…레드카펫 ★ 보려 외국인 새벽부터 달려왔다
  1. 1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2. 2송곳검증 벼르더니…교통·시설公도 싱거웠던 시의회 청문회
  3. 3조희대 “국회·대통령의 제청 간섭은 위헌”(종합)
  4. 4여야, 국감서 알래스카 LNG 사업 집중 추궁
  5. 5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6. 6이 대통령 "북극항로 시범운항 선박 귀항 부산의 미래 깃발, 신경써달라"
  7. 7‘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8. 8[속보]조희대 작심 발언 “국회·대통령은 대법원장 제청에 관여 못 해”
  9. 9부산 민주당 "주진우, 암살자(들) 부산영상위 시사회 사실왜곡 비판"
  10. 10검찰개혁, 중수청장 임명 두고 커지는 집안싸움
  1. 1‘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2. 2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3. 3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4. 4롯데백화점, 업계 첫 외국인 매출 1조 ‘포문’
  5. 5금감원 “AI 해킹 시도 IP 28개 확인”
  6. 6부산 극지해양 전문강사 “현장 능력 키워요”
  7. 7주가지수- 2026년 10월 6일
  8. 8부산 청년기업 ‘DPP(디지털제품여권)’ 국내 첫 상용화
  9. 9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10. 10부산지역 농지 41%, 외지인이 소유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3. 3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4. 4기장군수실 1층 이전 ‘없던 일로’
  5. 5전기車 높아진 인기에 예산 동나…부산시, 하반기 1520대 더 지원
  6. 6전재수 시장, 소통 행보…사흘 연속 생중계 회의(종합)
  7. 7“침묵하는 대주주, 대화 자리 나서라”
  8. 8부산중수청장 “정치 중립성·수사 독립성 엄격히 지키겠다”
  9. 9박완수 경남도지사 “행정통합 위해 부울 시장 설득”
  10. 10양산시보건소 일반진료 줄인다
  1. 1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2. 2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3. 3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4. 4장애인AG 결단식…“金 21개 이상 목표”
  5. 5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6. 6“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7. 7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8. 8레이예스 200안타 달성에도…롯데, 두산에 4안타 그치며 패배
  9. 9‘손흥민 A매치 한국인 최다 골’ 우즈베키스탄에 2-0 완승
  10. 10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우리은행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누이센터·대봉산 휴양밸리 등 준비해 온 사업, 완성할 차례”
준비 안 된 '경찰시대'
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