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안공항 제주항공기 참사’ 사고기의 양쪽 엔진에서 가창오리의 혈흔과 깃털을 발견,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김해공항도 안전지대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김해공항과 불과 2㎞ 떨어진 둔치에 가창오리 서식지가 발견됐는데, 봄과 가을철에 특히 버드 스트라이크를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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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에 서식중인 가창오리. 부산시 제공 |
5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0월 부산시가 발간한 ‘낙동강하구 생태계 모니터링 2023~2024 보고서’에서 낙동강하구에 서식하는 가창오리는 295마리로 집계됐다. 이 중 대부분인 282마리가 사상구 삼락둔치에서 서식했고, 강서구 장자·신자도와 사하구 백합·도요등에서도 일부 발견됐다.
이 조사는 시가 낙동강하구의 생태적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해 2003년부터 매년 진행해 오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2023년 9월부터 약 1년간 8차례에 걸쳐 진행된 조사 결과를 담았으며, 현재 낙동강하구에는 155종 17만4540마리의 조류 개체가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가창오리가 서식하는 삼락둔치에서 김해공항까지 직선거리가 2.23㎞에 불과해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기 버드 스트라이크 사고가 재현될 위험성이 상존한다는 점이다.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추위를 피해 10월 우리나라로 날아온 뒤 이듬해 2, 3월 떠나는 겨울 철새인 가창오리는 많게는 30만 마리씩 떼 지어 다니는 습성이 있어 항공기에 충돌하면 큰 피해를 준다. 부산에는 그보다 훨씬 적은 1000마리 미만으로 무리를 지어 다니는 모습이 포착됐으나, 이번 참사 당시 항공기가 가창오리 수백 마리와 부딪힌 것으로 나타난 만큼 김해공항도 결코 안심할 수 없게 됐다.
김해공항 조류퇴치팀은 2023년 한 해 동안 7만7044마리의 조류를 포획하거나 내쫓았는데, 이중 가창오리를 비롯한 오리류 퇴치 건수는 3633건에 달했다. 이는 같은 시기 무안공항에서 퇴치된 흰뺨검둥오리 1676건보다 배로 많은 수치다. 흰뺨검둥오리는 가창오리와 같은 기러기목 오리류로 분류되며, 충돌 시 항공기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조류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락둔치에 서식하는 가창오리 개체 수도 갈수록 증가한다. 2021~2022년에는 단 한 마리도 관측되지 않았다가 2022~2023년에는 179마리가 발견됐다. 2023~2024년에는 116마리가 더 늘었다. 이곳에 가창오리가 늘어난 것은 2009년 생태공원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공원에 철새 먹이터가 마련됐고, 먹이주기 사업도 진행된다.
일각에서는 먹이터를 조성하지 않으면 새들이 교란을 겪게 되므로 먹이주기가 오히려 버드 스트라이크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러나 대부분 항공 전문가는 어디로 날아갈지 모르는 조류의 특성 때문에 개체 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사고 위험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신라대 김광일(항공운항학과) 교수는 “공항에서 불과 2㎞ 떨어진 곳에 가창오리 서식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버드 스트라이크 확률이 높아진다”면서 “가창오리의 부리는 다른 조류보다 딱딱해 엔진 손상 정도가 더 큰만큼 항공당국이 관련 조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