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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67> 고려냉장㈜ 권수암 전무

70대 넘어도 짱짱한 직장인 “25년째 매일 새벽 4㎞ 러닝”

  • 고영삼 인생이모작포럼 공동대표
  •  |   입력 : 2025-02-11 18:36:55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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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 무역선 기관사 생활 접고
- 냉동냉장 전문회사로 ‘이모작’
- “어제보다 1%만 더” 마음가짐
- 정년 훌쩍 넘긴 36년 롱런비결

- 인생3모작은 전원형 카페 구상
- “70대들이여! 무조건 나오시라 ”


◇ 권수암 전무의 인생이모작 귀띔

- 매일 어제보다 1%만 성장 발전하라


‘젖은 낙엽처럼’ 딱 붙어있으라 한다. 가능한 한 오래 붙어있으라 한다. 이 말은 어찌하든 직장에서 짤리지 않고 오래 다니는 것이 상책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그게 쉽나. 누군들 오래 붙어있고 싶지 않아서 나오는가? 그런데 이번에는 오랜만에‘롱 런’하는 분을 만났다. 70이 넘은 나이에도 든든히 직장을 다닌다. 젊고 연봉 적은 이를 선호하는 냉정한 기업 논리에서도 그는 당당하다. 도대체 그는 어떤 비법으로 이렇게 롱런할까? 그를 찾아 부산 송도에 있는 어느 회사를 방문했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냉장회사군요. 소개를 좀 해주시겠어요?

고려냉장 권수암 전무가 국제신문 주최 부산하프마라톤대회에 출전해 부산 사하구 다대포 지역을 달리고 있다. 권 전무는 1년에 4회 정도 달리기 대회에 출전한다.
▶여기는 고려냉장㈜입니다. 우리 회사는 6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냉동냉장 전문회사입니다. 정규직원 130여 명이 8개의 공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부산항으로 수입되는 냉동냉장식품 물량의 20% 정도를 보관·소화하고 있는 전국 최대 규모의 냉동냉장 전문 물류회사입니다.

-회사 이름은 냉장이지만 실제로 냉장 냉동을 함께 취급하는군요.

▶그렇습니다. 영하 20도 이하의 냉동 농산물 수산물 축산물도 취급하고, 가공 식품물 등 저온물도 보관합니다. 우리는 이들 식자재를 수입하거나 수출하는 많은 기업에 특히 지명도가 높은 회사입니다.



이번에 만난 사람은 고려냉장의 권수암(73) 전무다. 고려냉장은 직원들의 퇴직이 60세이지만 그는 13년이나 지나도록 계속 다니고 있다. 그의 롱런에는 어떤 비결이 있는 것일까?



-언제부터 이 회사에 근무했으며, 현재 어떤 일을 맡고 계신가요?

▶저는 1989년 그러니까 37세에 이 회사에 차장으로 입사해 36년째 다니고 있습니다. 부장 공장장 이사 상무를 거쳐 지금은 전무이사로서 냉장 공장 8개를 총괄관리하고 있습니다. 대표이사를 보좌하며 회사의 인사업무와 공무 외주 거래처 등을 담당하고 있죠.

-37세에 입사하셨다면, 대학 졸업 후 다른 직장을 다녔군요.

▶저는 부산수산대(현 부경대) 기관학과를 1974년에 졸업하고 해군 ROTC를 마치고 임관 후 1만~2만 t의 무역선에 승선했었죠. 3등 기관사로 시작해 기관장까지 했습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부동항 무르만스크, 아프리카의 모로코, 나폴리항 등 전 세계 안 가본 곳이 없습니다.

-젊은 시절 대형 선박의 기관장으로서 자부심도 많았을 텐데 어떻게 전직하셨나요?

▶10년 넘게 배를 타면서부터 언젠가는 육상에서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는 있었죠. 하지만 딱 결단하지 못했는데, 13년째 되는 해 하루는 아내가 정말 진지하게 말하더군요. 그때 배에서 완전히 내리기로 결단했어요.

-그럼 인생이모작을 준비하지 않고 그냥 일모작을 멈추신거군요.

▶그런 셈이죠. 이런저런 준비를 하면서 그만두려 한다면 결코 그만두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그때 저는 절벽에서 뛰어내린다는 각오로 아내 앞에서 기관사 면허장을 가위로 짤라 버렸어요.



인생이모작은 현직에 있을 때 미리 준비하라고 한다. 하지만 1989년만 해도 직장 잡기가 지금처럼 어렵지 않은 시절이었다. 그러니 지금처럼 수년 전부터 준비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더구나 그는 이공계 기술자 출신이었기에 더 자신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는 이 회사에 바로 입사하셨군요. 전공이 좀 다르지 않았나요?

▶20대 1의 경쟁이었어요. 대학 전공으로는 조금 다르게 보이겠지만 과거에 미국 시랜드사의 전용 냉동무역선을 타면서 냉동에 대해서는 이론과 실무를 알고 있었죠. 이 회사에 입사해서는 대학에서 냉동공학과 겸임교수를 하면서 전문지식을 더욱 쌓게 되었어요.

-그렇게 시작하시고서 어떤 쪽으로 역량을 발휘하신 건가요?

▶기계를 잘 알아야 했지만 우리 회사는 냉동물을 유치하는 영업이 중요합니다. 영업 매출을 진작시키는 일을 많이 했었죠.

-중요하지만 쉽지 않은 게 영업이라고 하는데 전무님의 비결은 어떤 것인가요?

▶저의 영업은 결국 진정성과 동반성장입니다. 거래가 형성되기 위해선 열 번도 넘게 전화하고 방문하죠. 상대는 우리와 거래하게 되면 업무적으로 어떻게 편안해질 수 있는지 또 냉동과 관리를 잘해주는지를 알고 싶어 하지요. 자존심은 가슴에 묻어두고 성의를 다합니다. 그리고 거래가 성사되면 상대방이 잘 되도록 도와드리죠. 영업은 이 동반성장까지 가야 합니다. 25년 전 거래를 튼 한 냉동 닭고기 수입회사의 경우 나름 정성을 다해 도와드려 왔는데 지금 그 회사는 우리나라 닭고기 1위 기업으로 성장해 있습니다.



대화 중 그의 태도는 반듯하고 겸손하면서도 조곤조곤했다. 오랫동안 선진 기업에서 훈련된 인성 자본이 그의 영업력을 뒷받침하는 듯했다. 오늘날 세상을 이끈 스티브 잡스도 투자 유치를 위해 실리콘밸리 일대에 전화를 무려 150번이나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영업은 전문 영업맨이 아닐지라도 모든 이의 생존력에 필수조건인 시대다.



-그렇게 긍정 정신으로 무장해 매출을 증대시켜온 것이 롱런의 비결인가요?

▶사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죠. 저는 3가지를 중심으로 직장생활을 해왔습니다. 첫째는 대표이사의 꿈에 저를 철저히 맞춰 왔습니다. 제가 입사할 때 오너께서는 냉동공장 10개를 설립하는 것이 꿈이었어요. 저는 입사하면서 그 꿈을 저의 꿈으로 받아들였고 우리는 지금까지 8개 공장을 설립했습니다. 앞으로 2개가 남았습니다. 둘째는 오직 냉동 사업에만 전념한다는 오너의 사업방식을 진심으로 따랐습니다.

-나머지 하나는 무엇인가요?

▶어제보다 1% 나아지는 것입니다. 냉동 물량과 기계 돌보는 것도 1%, 거래처도 1% 더 돌봅니다. 이 정신으로 꾸리는 생활이니 저는 항상 신선합니다. 거래처 확보가 항상 어깨를 짓누르지만 우리 집 저의 책상 위에는 “이 세상에 진정한 어려움은 없다, 다만 어려움에 맞설 자신감이 부족할 뿐”이라고 적어놓고 있습니다. ‘하버드 새벽 4시 반’이라는 책에 있는 문구죠. 일을 80% 90%까지 해놓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변화시키며 나아가자는 주의입니다.

-실제 나이는 70대 중반인 데도 전무님의 활력은 그 1% 정신으로부터 나오는 것인가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저는 가족과 함께 건강하게 생활합니다. 저는 매일 새벽 5시에 기상해 4㎞를 뜁니다. 25년을 해왔습니다. 또한 매주 토요일 오전에는 아들과 함께 10년째 낙동강둑을 10㎞ 뛰고 있습니다. 이러니 머리도 맑아지고 자신감과 여유도 생깁니다. 소화도 잘되고 기억력도 청년 시절 그대로입니다. 아들은 제가 꾸준히 뛰는 걸 보고 어느 날부터 시작하더니만 이젠 자기 혼자서 시합에도 나가더군요. 아들이 그동안 저에게 선물한 조깅화가 스무 켤레나 되니 참으로 기특합니다. 그리고 아들과는 매일 한 번 이상, 워킹맘 며느리와는 1주일에 1회 정도 통화를 하죠. 일요일에는 아들 며느리 손자 모두가 집에 와서 놀다 갑니다.

-혹시 인생3모작의 꿈도 있을까요?

▶너무나 길게 살게 되다 보니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주차 공간이 있는 전원형 카페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바리스타 2급을, 저는 1급 자격증을 땄습니다. 고객들에게 워킹과 힐링이 동시에 가능한 휴식 공간을 생각하고 있어요.

-연배를 생각할 때 놀랍군요. 독자들은 전무님의 삶에서 어떤 힌트를 받을 수 있을까요?

▶인생은 성공과 실패 두 가지로 이루어진 게 아닙니다. 많은 이가 70을 넘기며 삶에 흥미를 잃고 있는 것 같아요. 마음이 아픕니다. 그러나 현재를 부지런하고 열정적으로 살아내고 있다면 결국 이 충실함이 날마다 꽃을 피우지요. 저는 매일 아침 달립니다. 그러니 생각도 건강도 회사생활도 싱싱합니다. 70대 중반의 친구들에게 날이 밝으면 집을 나오시라, 그 무엇을 위해서라도 활동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70대에 들면 새로움에 기꺼이 적응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더 절실합니다. 긍정적 자기확신을 강조한 ‘미다스 메소드’라는 책도 여러 번 읽고 있죠.



요즘 70에 도달한 어떤 사람들에게 사회활동을 하라 하면 “이 나이에?”라고 반문하는 이가 많다. 하지만 올해 84세인 세계 3대 테너인 플라시도 도밍고는 연전에 “이젠 쉴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쉬면 늙으며, 바쁜 마음이야말로 건강한 마음”이라고 응수했다. 권수암은 오늘도 새벽 조깅을 하며 어제보다 1% 나아지는 자신을 체험한다. 매일 신문 3개씩을 읽으며 자기관리를 하며 롱런하는 그를 가리켜 친구들은‘천연기념물’이라고 한단다. 그러나 시인 사무엘 울만은 ‘청춘(Youth)‘에서 노래한 바 있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을 말한다… 나이를 더해가는 것만으로는 늙지 않는다…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80세일지라도 누구나 청춘이다.” 권수암은 지금 한창 청춘이다. 그의 청춘은 한참 오래갈 것 같다.

※특별후원: BNK 금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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