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癌도 89세 나이도 ‘열공 의지’ 못 꺾어
- 자녀부터 손자까지 총출동해 축하·응원
“89세의 나이로 중학교 졸업을 앞둔 이부터 재학 중 암이 발견됐음에도 학업에 대한 열정 하나로 병세를 극복한 학생 모두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정말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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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부산 사하구 은항교회 비전센터에서 열린 학력 인정 부경보건고와 병설 부경중 졸업식에서 졸업생들이 눈물을 닦고 있다. 이날 졸업식에는 6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 412명이 졸업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
학력 인정 부경보건고와 병설 부경중 졸업식이 열린 12일 오전 부산 사하구 은항교회 비전센터. 부경보건고 조문수 교장은 이날 회고사에서 2년간의 학업을 모두 마친 중·고등학교 졸업생 412명을 향해 존경의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자 일부 졸업생들은 쥐고 있는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왁자지껄한 여느 졸업식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이날 열린 졸업식은 조금 특별했다. 평균 연령 65세 늦깎이 학생들이 평생 가슴에 간직한 졸업의 한(恨)을 이날에서야 풀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처음 써 본 학사모가 어색한지 연신 벗었다 썼다를 반복했고, 이제는 어엿한 부모가 된 자녀들이 만학도들의 옷매무새를 다듬어 줬다. 본인의 차림을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은 졸업생 무리는 연신 ‘셀카’를 찍었다. “졸업을 축하한다”는 손자의 말에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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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업생과 가족들이 기념촬영하는 모습.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
늦깎이 학생들은 저마다 배움의 끈을 놓지 못한 안타까운 사연을 품고 살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60대 졸업생은 뒤늦게 학교에 다니고 싶어도 의처증이 있는 남편의 반대로 구타를 당해 학업을 이어가기 힘들었다고 한다. 결국 경남에 살고 있는 아들 집으로 피신해 학업을 이어갔고, 꼬박 4년간 왕복 3시간 20분의 통학 시간을 감내했다. 이 졸업생은 “오전 5시20분에 집을 나서 시외버스 첫차를 탄 뒤 지하철을 갈아타면 오전 9시에 학교에 도착한다”며 “가정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 졸업밖에 못 했으나, 평생 꿈이 ‘학교 교사’여서 뒤늦게라도 배움을 택했다. 다음 달부터는 동의과학대 한방약재과로 진학해 학업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몸이 불편한 홀어머니를 모시면서 졸업한 학생도 있다. 임모(67) 씨는 가족과 함께 미국에서 살던 중 92세의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2021년 부산에 돌아왔다. 임 씨는 만성신부전증과 대장게실 판정을 받은 모친에게서 “어릴 적 학교를 못 보내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다시 학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그는 “졸업도 졸업이지만, 개근상을 받아보는 게 소원이었다”며 “하지만 소량으로 식사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하루 8끼 식사 준비와 수업 중 어머니에게 긴급한 상황이 생기면서 아쉽게 개근은 못 했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