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승윤 명함에 ‘윤과 함께’ 새겨
- 박종필은 보수성향 유튜브 출연
- 최윤홍, 하 전 교육감 지지 어필
- 진보진영 차정인 봉하마을 찾아
- 지지층 결집… 정책 실종 지적도

부산시교육감 재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진영별로 ‘집토끼 잡기’에 혈안이다. ‘친윤석열’ 이미지를 강조하며 보수 진영 표심을 자극하는 후보가 있는가 하면, ‘노무현 정신’을 앞세워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는 후보도 있다. 교육감 재선거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과 맞물려 진행되는 가운데 단일화도 난항을 겪으면서 각 진영별로 지지 세력을 모아 승부수를 띄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교육감 선거가 교육정책은 실종되고 정치색에만 물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시교육청 전경. 국제신문DB

23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중도·보수 진영 정승윤 예비후보는 출마를 선언한 뒤 줄곧 ‘친윤’ 이미지를 부각하는 행보를 이어간다. 정 예비후보는 재선거 슬로건으로 ‘자유대한민국! 교육의 힘으로!’ ‘보수의 가치’ 등을 내세워 지지층 결집에 나선 모양새다. 본인 이름을 활용한 문구 ‘정의, 승리, 윤과 함께’를 명함 등에 새겨 친윤 이미지를 부각했다.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 참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정 예비후보는 이날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고 ‘보수 결집 시동으로 부산교육을 바로 세우겠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개소식에는 이관섭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참석했다. 정 예비후보 캠프 관계자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참석하려고 했는데 불가피한 일정으로 불참했다. 서병수 전 부산시장은 오해를 살까 인사만 간단히 한 뒤 행사에는 빠졌다”고 설명했다. 정 예비후보는 최근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에 출연, 윤 대통령의 탄핵이 기각돼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중도·보수 진영 박종필 예비후보는 지난달 윤 대통령의 충암고 은사인 권혁중 씨가 선거사무소를 방문해 지지한 것을 강조하는 보도자료를 내고, 보수 성향 유튜브에 출연하는 등 보수 이미지 강화에 주력한다. 중도·보수 진영을 자처한 다른 예비후보를 겨냥, 자신이 진정한 보수라고 부각하는 전략도 활용한다.

최근 출마를 공식화한 최윤홍 교육감 권한대행(부교육감)은 “하윤수 전 교육감의 (출마) 요구가 있었다”며 “부산 교육정책은 시와 함께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런 측면에서 박형준 시장, (최근 시 교육정책 고문으로 위촉된) 하 전 교육감과 제가 부산교육이 더 커지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보수 교육감인 하 전 교육감의 지지가 있다는 것을 어필한 셈이다.

진보 진영의 차정인 예비후보는 지난달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에 참배하는 것으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 후보 이미지를 전면에 등장시킨 것이다. 또 조민 씨의 부산대 의전원 입학 취소와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밝히는 등 진보 표심을 자극했다.

이처럼 노골적으로 정치색을 드러내는 후보들을 바라보는 교육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지역의 한 교육계 원로는 “현재 교육감 재선거는 교육정책 논의가 뒤로 빠진, 본질을 외면한 상태”라며 “진영 논리와 단일화에 매몰된 것에서 벗어나 부산교육 발전을 위한 선거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