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최대 부랑인 수용시설
- 진실화해위 직권조사 결과
- “181명 인권침해 사실 확인”
1960~70년대 부산지역 최대 부랑인 수용시설이던 ‘영화숙·재생원’에서 일어난 인권유린 참상(국제신문 2022년 11월 1일 자 1면 등 보도)의 진실이 60여 년 만에 규명됐다. 긴 세월 침묵하며 악몽 같은 기억을 감내해 온 피해생존자들은 대한민국 정부와 부산시를 향해 “이번을 계기로 우리의 아픔을 헤아려 다시는 아픔을 다시 겪지 않도록 도와달라”며 한 맺힌 눈물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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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선영 진실화해위 위원장이 26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영화숙·재생원 인권침해 직권조사 결과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회)는 26일 부산시의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부산 영화숙·재생원 인권침해 사건의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2023년 8월 직권조사에 들어간 뒤 1년 6개월 만인 이날 피해자 181명의 인권침해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위원회가 집단수용시설 인권침해 사건을 두고 벌인 첫 직권조사로, 신청인 10명에 더해 171명의 피해자를 자체 확인해 조사를 진행했다. 이 사건이 갖는 역사적 중요성과 부산시의 직권조사 요청 등을 종합해 내린 결정이다.
박선영 위원장은 “부랑인 집단 수용시설이라고 통칭되는 이 문제는 현대사에서 대한민국에서는 오랫동안 외면당해 왔던 게 사실이다. 그만큼 여러분들 가슴 속에 아픈 상처가 공이처럼 박혀 있을 것이다”며 “평생 침묵을 강요받으며 힘들게 살아오셨을 피해자로 이제 그분들의 목소리에 우리가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밝혔다.
조사 결과 피해생존자는 당시 경찰과 영화숙·재생원 자체 단속반에 의해 강제 수용됐다. 끌려온 아동들은 좁고 추운 수용실에 갇힌 채 생활했으며, 가혹행위와 성폭력은 물론 교육받을 권리 등 인권을 침해당했다. 수용 과정에서 부모 등 연고자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다.
아동들은 가혹한 노역에도 강제로 동원됐다. 이들은 사하구 신평동 낙동강하구 개간지 매립 작업에 투입됐다. 시설 내 대운동장을 조성하거나 원장이 운영하는 축사 관리와 농작물을 재배하는 일에 임금을 받지 못하고 착취당했다. 대규모 공사가 있던 시기에는 10세 전후 아동까지 동원됐다. 가혹한 일상이 이어졌지만 식사는 꽁보리밥 등에 불과했다. 생활 여건 또한 비위생적이어서 눈병이나 피부병 등에 시달렸으나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 이렇게 맞아 죽거나 병을 앓다 죽은 아이들은 영화숙 뒤편 야산에 암매장됐다.
시설 운영자인 재단법인 영화숙은 1966~1975년 시설 내에 ‘장림국민학교 영화숙 분교’를 운영했다. 그러나 여러 강제노역에 동원된 데다 학교 측 출석 관리도 부실했다. 교과 수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으며, 허위 졸업장을 발행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위원회는 국가에 ▷피해자에 대한 공식 사과와 실질적 피해 회복 조치 ▷후유증 장기 치유·관리 계획 수립·시행 ▷시신 암매장 추정 지역 유해 발굴 등을 권고했다.
부산시 조영태 행정자치국장은 “과거 부산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 사건에 대해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며 “시는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치유와 안정적인 삶을 지원하기 위해 피해자 소통의 장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