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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피해 생존자 손석주 씨 증언 기폭제…“나도 당했다” 진실 수면 위로

영화숙·재생원 마침내 진상규명

  •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   입력 : 2025-02-26 19:12:12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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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 속속 모이며 공론화 시작
- 2023년 피해생존자협의회 발족
- 옛 자료 확보 등 힘든 싸움 ‘결실’

- 위로금 외 트라우마 치유 지원도
- 암매장 피해자 유해 발굴 숙제로

영화숙·재생원 사건은 부산지역 집단수용시설에서 벌어진 인권유린 행위의 시초로 지목된다. 이들의 폭력적인 수용인 관리 방식이나 ‘머릿수’를 채우기 위한 불법 단속, 민간 구호 물품을 빼돌려 착복하는 행태 등은 후대 시설로 고스란히 옮겨갔다. 당시 부산시는 이들을 위한 조례를 만들어가며 시설을 비호했다.
26일 부산 영화숙·재생원 사건 피해자인 장예찬(왼쪽) 씨와 손석주 씨가 수용 시절 겪은 피해를 증언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부산 집단인권유린의 시초

영화숙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3월 부산 서구 동대신동에서 운영을 시작했다. 처음엔 26명의 아동을 수용하는 소규모 시설이었다. 그러다 1962년 6월 사하구(당시 서구) 장림동으로 터를 옮기면서 최대 1200명을 수용하는 시설로 급격히 커졌다. 그 해 4월 원장을 맡은 이순영 씨 등 일가가 재단법인 영화숙의 임원에 오르면서 불법 단속과 쪽방 수용, 가혹 행위 등 반인권적 행위가 자행됐다.

재단법인 영화숙은 그 해 ‘재생원’을 설립했다. 이어 부산시와 부랑인 보호 수용 위탁 계약을 맺었다. ‘부산시 재생원 설치 조례’는 이로부터 6년 뒤에나 제정됐다. 이 원장의 형인 이종남 씨는 당시 지역 유력 정치인으로 조례 제정에 입김을 넣은 것으로 추정된다.

처음에는 영화숙에 부랑아, 재생원엔 성인 부랑인을 수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편의에 따라 마구잡이로 아동을 배치했다. 강제노역에 동원할 때도 어린이와 성인을 가리지 않았다. 재단은 부산시와 협약을 하고 1963~1971년 사하구 신평동 낙동강하구 개간사업을 진행했는데, 여기에 송태호(당시 12세) 씨 등 재생원 아동들이 동원돼 착취당했다.

영화숙의 비참한 실상은 소 알로이시오 신부의 폭로로 이 원장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영화숙이 사라진 뒤에도 ‘재생원 조례’는 잔존했다. 시는 이 조례를 근거로 칠성원(1971~1975년)과 형제복지원(1975~1987년)에 차례로 부랑인 보호 수용을 위탁했다. 영화숙 원생의 참상은 이들 시설에서 고스란히 이어졌다.

■60년 넘어 마침내 이룬 진상규명

박선영 진실화해위 위원장이 26일 부산시의회에서 영화숙·재생원 인권침해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영화숙·재생원 사건은 2022년 11월 피해생존자 손석주 씨 증언을 계기로 수면 위에 떠올랐다. 손 씨는 어린 시절 영화숙·재생원에 두 차례 끌려가 모진 생활을 감내했다. 그러나 누구도 이 같은 피해를 알아주지 못한다는 사실에 울분이 들어 직접 공론화에 나섰다. 손 씨의 증언을 계기로 아픔을 나누고자 모인 피해생존자들은 진실규명 촉구 운동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2023년 1월 ‘영화숙·재생원피해생존자협의회(협의회)’가 활동을 개시했다.

60년도 넘은 일이라 처음에는 자료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랐다. 그러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직권조사 이후 국가기록원과 부산시 기록관 자료, 언론보도, 부산소년의집 등 다른 시설 아동카드 등 자료가 확보됐다.

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이 나오면서 피해생존자들은 앞으로 시의 지원을 받게 된다. 피해생존자 본인이나 유족에게 위로금 500만 원이 일시금으로 주어지고, 피해자 본인에게 월 20만 원의 생활안전지원금도 지급된다. 이와 더불어 한 해 500만 원 한도로 의료비도 제공된다. 형제복지원 등 피해자종합지원센터의 트라우마 치유 프로그램 등도 이용할 수 있다.

■유해 발굴 등 과제도 남아

위원회는 이번 결정을 통해 시에 유해 발굴을 권고했다. 당시 시설에서 목숨을 잃은 아이들은 현재의 사하경찰서 뒤편 야산에 암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은 사유지로, 시는 땅 소유주와의 협의 방법을 고민한다. 형제복지원 사건의 경우 이미 옛 부지(사상구 주례동)에 공동주택이 들어선 터라 발굴이 불가능했다.

협의회는 이번 결정을 토대로 조만간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에 돌입한다. 앞서 협의회는 지난해 12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부산지부와 위·수임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민변은 소속 변호사 30여 명에게 이 사건을 지원토록 할 계획이다.

협의회 대표인 손석주 씨는 “과거의 잘못된 행정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과거의 잘못을 밝히지 않고 덮어버리는 일이야말로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늘을 계기로 지난날의 아픔은 묻어버리고 피해자의 대화로 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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