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중앙회가 정관을 고치더라도 지역 새마을금고가 반드시 중앙회를 따라 정관을 개정할 필요는 없다는 법원 판단이 제시됐다. 그간 지역 새마을음고는 중앙회의 정관을 토씨까지 맞춰 따라야 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행정4부는 해운대 새마을금고가 해운대구와 새마을금고중앙회를 상대로 낸 정관변경인가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2023년 5월 제기돼 같은 해 10월 선고된 1심에서 해운대 새마을금고는 패소했었다. 그러나 지난달 19일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고 해운대 새마을금고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문을 보면 해운대 새마을금고는 2023년 2월 정기총회를 열고 임원해임 규정 등 19개 정관 규정을 바꾸기로 의결했다. 이를 새마을금고 부산지역본부를 거쳐 해운대구에 변경정관 인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해운대구는 같은 해 5월 불인가 결정을 내렸다. 중앙회가 정한 표준 정관과 문구 등 형식이 상이하다는 이유였다. 당시 해운대구는 행정안전부에 의견을 구해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지역 새마을금고는 중앙회가 정한 정관례에 맞춰 정관을 작성해야 한다는 결과를 받았다. 새마을금고 부산지역본부 역시 적정하지 못하다는 의견을 냈다. 통상 전국 1300여 새마을금고는 중앙회가 정관을 바꾸면 이와 완벽히 일치하도록 정관을 따라 고친다.

해운대 새마을금고는 해운대구의 처분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중앙회 정관과 지역 새마을금고 정관이 유기적으로 관계돼야 하며 이를 근거로 해운대구가 재량권 발휘한 것은 정당하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해운대구의 재량권은 인정하면서도 지역 새마을금고가 중앙회 정관을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 재판부는 “중앙회 정관례를 강제할 경우 자치권이 사실상 형해화될 우려가 있다”며 “임원해임 절차와 관련해 새마을금고법이 임원해임을 총회 의결로 규정했음에도 이를 이사회 의결로 하도록 한 중앙회의 정관례와 규약·규정은 자치권을 침해해 위법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