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꽃’이라 불리는 남해안 멍게가 제철을 맞았지만 맛보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 여름 남해안을 덮친 역대급 고수온에 멍게 양식장이 초토화되면서 출하할 물량이 거의 폐사된 탓이다.

4일 경남 통영시 영운리의 멍게 작업장. 이 시기에 선별 작업 등 한창 바빠야 하지만 출하 물량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 멍게수협 제공

4일 경남 통영에 본소를 둔 멍게수하식수협에 따르면 국내 유통량의 70% 이상을 공급해 온 멍게 주산지인 통영과 거제 앞바다 양식장이 지난해 고수온 피해로 집단 폐사하는 바람에 출하시기를 맞았지만 생산 물량이 거의 없다.

지난달부터 출하해야 할 통영(383㏊) 거제(300㏊) 등 638㏊ 해역에 수하해 놓은 멍게봉 94만 5500봉 가운데 95%가 폐사한 것으로 공식집계됐다. 현재 통영·거제 멍게 양식장 250여 어가를 통틀어 생존이 확인된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수협은 매년 3월 초에 멍게 출하를 본격 알리는 초매식을 갖지만 올해는 초매식조차 취소했다. 시즌 개막을 알리는 중요한 이벤트지만 올해는 초매식에 내놓을 물량조차 귀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현재 시중에는 동해산 멍게가 일부 유통되고 있다. 동해산 멍게는 수심이 깊은 곳에 수하해 고수온에 피해가 덜한 것으로 파악된다.

멍게는 저수온성 생물로 유독 수온에 민감하다. 생존 최적 수온이 13~15도이고, 수온 23~24도까지는 견디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에는 유례없는 고수온이 한 달 가까이 이어졌다. 표층과 중층, 하층 수온이 모두 29도를 넘어서면서 양식 중이던 멍게가 초토화됐다.

양식어업인과 유통업자는 일손을 아예 놓았다. 양식장에서 끌어 올린 멍게봉에는 예년 같으면 주황색 빛깔을 띄어야 할 멍게가 주렁주렁 달려 있어야 하지만, 알맹이는 보이지 않고 빈 밧줄만 보이는 상태다.

지난해 여름 경남 통영의 한 멍게 양식장에서 끌어 올린 멍게봉에 고수온에 폐사한 멍게가 알맹이는 보이지 않고 밧줄만 보인다. 국제신문DB

한 어민은 “멍게어장이 쑥대밭이 됐다. 생산 물량이 있어야 출하 작업을 할텐데, 물량이 없어 속만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고 하소연했다.

수협은 멍게 품귀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고수온 이후 11월에 입식한 1년산 어린 멍게를 4월부터 출하해 일단 멍게 유통에 숨통을 틔울 계획이다.

멍게수협 김태형 조합장은 “대책안으로 고수온에 강한 멍게 품종 개발과 심해어장 개발 등이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