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교육청 공시생의 죽음을 촉발한 채용비리 의혹(국제신문 2021년 7월 29일 자 8면 등 보도) 중 임용시험에 지원한 사위의 편의를 청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교육장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부산시교육청 임용시험에 참여했다 억울함을 호소하며 사망한 이모 군의 부모가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국제신문 DB

부산지법 형사17단독 목명균 판사는 5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A 전 교육장과 B 전 시교육청 간부 사건을 이같이 판결했다. 두 사람은 2023년 6월 13일 재판에 넘겨져 약 1년 9개월 만에 법원의 판단을 받았다.

A 씨는 2021년 7월 5일 자신의 사위가 시교육청 시설직 임용시험 필기시험에 합격하자 B 씨에게 연락해 ‘사위가 면접을 잘 봐 합격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취지로 청탁한 혐의를 받았다. B 씨는 청탁을 받곤 또 다른 시교육청 관계자에게 연락해 ‘내 처조카가 대기업에 다니는데. 건축직에 응시했으니 면접관이 누구인지 알아보고 그 면접관을 통해 면접을 잘 보게 도와달라’는 취지로 부탁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당시 면접관이었던 C 씨는 청탁을 받은 뒤인 같은 해 7월 9일 직접 B 씨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한번 보겠다”고 말하는 등 청탁을 수락했다고 봤다. 또 B 씨에게 면접 예상 문제를 알려주고, 다른 면접관이 연필로 가평정하록 유도했다. 면접 당시 A 씨 사위는 면접지에 없는 문제였던 민간 투자 사업 관련 질문을 받았다. 검찰은 C 씨는 면접 이후 면접관들에게 ‘당장 투입해도 되겠다’고 말하며 그에게 우수 등급을 주도록 유도했으며, 한 사람에게 특혜를 준 사실을 감추고자 또 다른 임의의 지원자에게도 면접 최고점을 몰아줘 합격시켰다고 주장했다. 이 일로 A 씨는 2023년 6월 시교육청으로부터 해임 징계를 받기도했다.

그러나 목 판사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C 씨가 두 사람과 공모해 문제를 사전에 유출했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며, 영향력을 행사했다고도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B, C 씨 간 청탁 통화 시간이 57초에 불과했기 때문에 B 씨가 면접 절차의 편의를 봐 달라고 말 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보인다고도 설명했다. 목 판사는 “B 씨가 C 씨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할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C 씨가 처벌받은 사실은 있으나 해당 판결에서는 C 씨가 단독범행을 했다고 판시했다”고 말했다. C 씨는 면접 부정을 주도한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이 확정됐다.

이 사건은 당시 필기시험에서 합격권에 들었는데도 부정 면접으로 성적이 뒤집혀 최종 불합격한 공시생 이모(당시 18세) 군이 불공정한 면접 평가에 대한 시교육청 해명을 요구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세간에 알려졌다. 유족은 무죄에 대해 “재판부가 수사 내용을 면밀하게 살펴보지 않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지난해 11월 당시 면접관 3명 중 처벌받은 1명을 제외한 나머지 2명에 대해서도 재수사해달라는 진정서를 부산지검에 제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