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학생사망 담임처벌 후폭풍
- 부산 교사 99% “위험부담 느껴”

- “6월 시행 학교안전법 기준 모호”
- 교사노조, 보완때까지 중단 촉구

- 올해 숙박형 수학여행도 감소세

각급 학교의 새학기가 시작되고 ‘봄소풍’ 시즌이 다가왔지만 교사들 사이에 교외체험학습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 소풍을 줄이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학생과 학부모는 “학창시절 추억이 줄어든다”며 아쉬움을 표한다.

전국 초중고 개학일인 지난 2일 서구 화랑초등학교에서 새반을 배정받은 학생들이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국제신문DB

10일 부산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교사노조가 부산지역 초중고에서 근무하는 교사 1056명을 대상으로 교외체험학습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9%가 ‘안전사고에 대한 위험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직·간접적으로 안전사고를 경험했다’고 답한 교사도 56%를 차지했다. 응답한 교사의 55%는 교외체험학습의 전면 폐지를 원했다. 개정 예정인 학교안전법보다 더 강화된 법안이 마련될 때까지 교외체험학습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37%에 달했다. 반면 기존대로 진행하겠다는 응답은 2%에 불과했다.

실제 설문에 응한 교사가 근무하는 부산지역 초중고를 기준으로 연간 교외체험학습 평균 횟수는 지난해 3.27회였는데, 올해는 2.95회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교사의 부담이 큰 숙박형 수학여행의 경우 지난해에는 81%가 갔으나, 올해는 65%로 대폭 줄어들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울산교사노조도 최근 초중고 교사 386명을 대상으로 같은 설문조사를 했는데 응답자의 81.5%가 교외체험학습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교사들이 소풍 등 교외체험학습을 기피하는 것은 최근 내려진 법원 판결의 영향이 크다. 2022년 11월 강원 속초의 한 테마파크로 현장체험학습을 간 초등학생이 주차하던 차량에 치여 숨진 사고와 관련, 법원은 최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담임교사에게 금고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로 인해 교사들은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교외체험학습 시 고의나 중과실이 없고 안전조치를 이행한 경우 교사와 학교가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학교안전법 개정안을 오는 6월 21일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교사들은 여전히 개정안의 안전조치 기준이 모호하다며 명확한 법적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교외체험활동을 위해서는 교사들이 사전 답사를 해야 하는 등 업무가 과중돼 이를 전담할 지원 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한나 부산교사노조 위원장은 “교사가 법적 의무사항이 아닌 교외체험학습으로 인해 직업을 잃고 형사사건에 휘말릴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는다면 교육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교외체험학습 실시 여부와 형태를 교사와 충분히 협의해 결정할 수 있도록 시교육청이 지도 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부모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학생 안전과 교권 보호 등을 위해 교외체험학습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학창시절 추억을 쌓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교육 기회인 만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강진희 부산학부모연대 상임대표는 “소풍이나 수학여행은 아이들이 학교 밖에서 체험할 수 있는 또 다른 교육이고 학창시절 추억이지만,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현장체험학습을 억지로 가라고 할 수는 없다”며 “보조인력 지원 등으로 교사가 현장에서 느끼는 부담감을 덜고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