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가 공급과잉으로 인한 쌀값 하락 문제를 해소하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올해부터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추진한다.

전략작물 재배 전환 농가에 경영안정자금 우선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11%가량 자율 감축을 유도할 계획이다.

그러나 미참여 농가 피해를 우려하는 농민 단체의 반발이 거센 터라 목표 달성에 만만찮은 난관이 예상된다.

벼 재배면적 조정제 추진 계획을 밝히는 이정곤 경남도 농정국장. 경남도 제공

경남도는 19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어 벼 재배면적 조정제 추진에 대한 세부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 쌀 소비량 감소에 따른 구조적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고 농가소득 안정화를 위해 올해 전국 8만㏊ 재배면적 감축을 목표로 벼 재배면적 조정제 시행했다.

단순한 면적 감축을 넘어 논콩, 가루쌀 등 전략작물 재배단지 조성 등을 이끌어 식량 자급률을 높이고 농가 소득을 보전하는 데 중점을 뒀다.

경남의 목표 면적은 7007㏊로, 지난해 도내 전체 재배면적 6만2479㏊의 11% 수준이다.

도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작물 전환(목표 2833㏊) ▷전략작물 외 타작물 전환(1230㏊) ▷친환경 농사 전환(448㏊) ▷농지 개발(496㏊) ▷휴경 등 자율 감축(1950㏊) 등 5개 분야에서 지역별 여건에 맞는 조정제를 추진한다.

특히 도는 중·대규모 농가 중심으로 참여자에게 실질적 소득 보장을 지원하기로 했다.

1㏊ 미만의 소농이 전체의 85% 차지하고 있는 터라 자가소비용 벼를 재배하는 소규모 농가까지 조정제 참여를 이끌어내는 게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구체적으로는 가루쌀과 논콩으로 전환할 때 전략작물직불제를 통해 ㏊당 200만 원을 국비로 지원한다. 이를 통해 그 면적을 지난해 각각 738㏊, 834㏊에서 올해 1101㏊, 1922㏊로 넓히는 게 목표다.

또 건초 등 가축 조사료 지급단가(하계)도 ㏊당 43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인상해 생산단지를 1910㏊에서 3088㏊로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다 지난해 벼 재배 논에서 일반작물로 전환하거나 휴경하는 농가에는 도비를 ㏊당 최대 150만 원 지원한다.

친환경직불제 지급단가(유기농 70만→95만 원/㏊, 무농약 50만→75만 원/㏊, 유기농 지속 35만→57만 원/㏊) 인상과 상한면적(5→30㏊) 확대 등을 앞세워 친환경 벼 재배면적 확대도 추진한다.

신규 전환한 친환경벼는 공공비축미로 전량 수매한다.

도는 이 과정에서 전략작물·밭작물 재배농가에 농기계를 먼저 공급해 농가 생산성 향상과 현장 어려움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조정제 맞춰 개정된 일부 정책에 농민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쌀 재배농가 경영안정자금 지원 지침을 자율 감축 참여 농가에 우선권을 주는 형태로 변경했다.

벼 재배면적을 감축하는 조정제와 벼 재배 농가에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는 제도의 목적이 서로 상반된다는 이유에서다.

쌀값(80㎏)이 18만4700원을 기록한 지난해에는 ㏊당 47만6000원이 지급됐다.

최근 ‘벼농사를 짓지 않아야 벼 재배농가 경영안정자금을 주는 격’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으나 도는 “조정제 참여 농가가 우선 대상자인 건 맞지만 참여하지 않더라도 경영안정자금을 받을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설명에도 지역 농가에선 여전히 볼멘소리가 나온다.

김재영 전국농민회총연맹 산하 부산경남연맹 사무국장은 “매년 추경을 해올 정도로 예산이 부족한데 미참여 농가에 피해가 없을 수가 없다”며 “벼 재배농가 경영안정자금은 본래 취지대로만 온전히 쓰여야 한다. 농성에 나서는 등 반발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평균 이상의 감축을 달성할 경우 공공비축미수매를 추가 배정 받을 수 있어 도내 전체 농민이 누리는 혜택이 늘어나게 된다”며 “이런 보완책을 모색하는 한편, 추경을 통해서도 미참여 농가가 누락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