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하고도 1년 8개월째 가동을 못 하는 창원 액화수소플랜트 운영사인 ‘하이창원㈜’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가 정치권의 책임공방으로 번진다.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내 준공된 액화수소플랜트. 창원시 제공

더불어민주당 창원시의원단은 19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남표 창원시장에게 책임을 질 것으로 촉구했다.

민주당은 “홍 시장은 감사관을 동원해 부적절한 컨설팅을 강행하고 정상화 대책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며 “대주단이 기한이익상실을 선언하는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창원시와 경남도,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공적자금 270억 원을 투자했으나 회수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다”며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지역경제 핵심 성장동력을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홍 시장은 취임 이후 전임 시장 때리기, 흔적 지우기에만 골몰하며 감사·징계·수사의뢰를 반복하고 있다”며 “더 이상의 무책임한 행정을 중단하고 즉각 정상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창원시의원단은 전임 시장을 상대로 공세를 펼치며 맞불을 놓았다.

국민의힘은 같은 장소에서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창원성산 국회의원인 허성무 전 창원시장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시의회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 활동을 통해 여러 행정절차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사업이 진행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허 전 시장은 하이창원이 PF(플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받을 때 하루 5t의 액화수소 구매확약서를 제공해 시가 잠재적 채무부담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을 유발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민주당은 정상화를 주장하지만 매몰비용보다 운영비가 더 많이 드는 상황”이라며 “올바른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허 전 시장부터 시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대주단은 전날 하이창원에 기한이익상실(대출금을 만기 전 회수)을 선언했다. 사실상 운영사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놓인 셈이다.

대주단은 담보 유효성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고 이런 결정을 내렸다.

시가 지난달 창원산업진흥원이 사업비를 빌릴 때 제공한 양도담보가 시 채무가 아니라며 소송을 제기한 게 발단이 됐다.

하이창원은 두산에너빌리티와 창원시 출연 기관인 창원산업진흥원,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공동 출자해 2020년 4월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남은 민간 대출금은 710억 중 660억 원이다. 애초 계약된 상환 기한은 2028년으로, 하이창원은 매월 3억 원 정도의 이자를 지출해 왔다.

이번 선언으로 하이창원의 소유권은 대주단으로 넘어간다.

이 경우 두산에너빌리티는 설비 건설·운영 주체로 그 역할이 제한된다.

창원산업진흥원은 구매 확약·계약에 따라 매일 5t씩 액화수소를 구매해야 하는데 이행하지 않으면 손해배상소송 등에 휘말린 가능성이 크다.

당장 시는 사업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창원산업진흥원이 지자체 출연기관이라 시가 배제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첫 액화수소 생산·공급 시설인 창원 액화수소플랜트는 총사업비 1050억 원을 투입해 2023년 8월 두산에너빌리티 내 준공하고도 2년째 멈춰 섰다.

시 감사관실이 시설 성능 인증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설비 구축을 맡은 두산에너빌리티가 하이창원에게 이를 인계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