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조사 용역사업을 둘러싼 비리 실태가 드러났다. 국립해양조사원 간부 공무원이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해경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해경이 압수한 상품권. 남해해양경찰청 제공

남해해양경찰청은 27일 국립해양조사원과 한국항로표지기술원의 간부급 공무원 각각 5명, 1명과 뇌물을 준 용역사업자 15개 업체의 19명 등 총 43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공무원 중 고액 뇌물을 받은 국립해양조사원 소속 A 씨(5690만 원) B 씨(2250만 원) C 씨(2100만 원)와 3700만 원 가량을 공여한 용역업체 대표 1명은 구속, 나머지는 불구속 송치했다.

해경은 뇌물을 받은 공무원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한 증거를 바탕으로 금품수수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 공무원은 용역사업자와 결탁해 사업자 선정에서 용역업체에 고득점을 부여하거나 평가위원 명단과 평가점수 등 내부 자료를 유출하는 등의 편의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수년간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들은 민간용역 업체와 결탁을 은폐하기 위해 텔레그램 등을 이용해 대화를 자동 삭제했고 자택, 관사, 차량 등에서 현금 5만원권이나 상품권을 빈 담뱃갑 또는 보고자료 파일 사이에 넣는 방식으로 은밀하게 주고받았다. 또 일부 용역업체는 국립해양조사원 퇴직자를 영입해 친분 있는 현직 공무원에게 법인자금을 금품으로 제공하게 하기도 했다. 일부 용역업체는 국가기술자격증을 대여받아 허위 인력을 등재하는 등의 수법으로 용역사업을 부실하게 수행하고, 그 사업비를 편취해 비자금을 조성하기도 했다.

한편 법원은 가장 많은 금액을 수수한 A씨에 대해 최근 징역 2년, 벌금 5000만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5000만원을 명령했다.

해양수산부 산하기관인 국립해양조사원은 해양 관측, 수로 측량 등을 실시하고 바다의 지도인 해도 제작 등을 수행한다. 조사원에서 실시한 용역 결과는 해도 제작, 해양경계획정, 해양 기상 관측자료, 국방 기초 자료 등에 활용된다.

해경은 “정부 해양 용역사업에서 관행처럼 굳어진 뇌물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보고 토착화된 공직비리 근절과 정부 사업비 누수를 막기 위해 정부 해양 용역사업 전반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