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검찰 수사관과 친한 사이”
- 수사 무마 명목 돈 가로챈 혐의

경찰이나 검찰 수사관과 친분이 있어 수사를 무마해줄 수 있다고 속여 다단계 범죄 총책에게서 거액을 뜯어낸 일당이 구속기소됐다. 불법 다단계 범행으로 많은 피해자를 낳은 이가 ‘법조 비리’ 일당에게 당한 것이다.

부산지검 청사에서 바라본 부산법조타운 전경. 국제신문 DB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검 형사1부는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부산의 한 법무법인 사무장 A 씨와 브로커 B 씨를 구속기소하고, 다단계 범죄 총책 C 씨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A, B 씨는 유사수신업체 총책인 C 씨가 거액의 범죄 수익을 보유해 경찰이나 검찰 수사를 우려한다는 점을 악용, 수사기관 청탁 비용 등 명목으로 약 9억 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브로커 B 씨는 2021년 A 씨에게 C 씨를 소개했다. 사건을 가져 온 대가로 B 씨는 A 씨에게서 알선비 8200만 원을 챙겼다. 이후 C 씨의 사정을 확인한 A 씨는 2021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수사나 형사 고소를 무마하고자 수사기관에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8차례에 걸쳐 3억 원을 뜯었다. 이른바 ‘사건 사무장’인 A 씨는 경찰이나 검찰 수사관과 친분이 두텁다는 취지로 자신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A, B 씨는 합심해 C 씨의 돈을 가로채기도 했다. 이들은 C 씨에게 “동종 전과가 있으니 전과가 없는 사람을 ‘바지사장’으로 세우자. 그러면 참고인 조사 정도만 받고 끝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나아가 바지사장의 형사공탁금 등 비용이나 보상 등에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했다. 이를 통해 두 사람은 2022년 1~3월 C 씨에게서 약 5억2000만 원을 추가로 받아냈다. 이렇게 뜯은 돈은 다른 사람 명의 계좌로 보내 숨겼다.

검찰은 14명의 계좌 26개를 압수수색해 거래내역을 분석하고 계좌를 추적, 두 사람이 가로챈 돈이 사용된 방식과 범행 수익 배분을 공모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A 씨는 “C 씨에게서 받은 돈을 보관했을 뿐이며, 전부를 가로챈 것이 아니라 일부를 횡령한 것”이라고 혐의 일부를 부인한 반면, B 씨는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