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의원 등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세 번째 공판이 열렸다.

피고인 중 유일하게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이 검찰 진술을 번복한 사실을 두고 ‘정치적 이유’라는 취지의 주장이 제기되자 이를 부인하는 등 피고인들 간에 신경전이 오갔다.

지난해 11월 창원지검에 출석하는 명태균 씨. 연합뉴스

경남 창원지법 형사4부(김인택 부장판사)는 8일 명 씨와 김 전 의원, 김 전 소장 등 5명에 대한 공판을 속행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두 번째 공판에 이어 김 전 소장이 증인 신분으로 법정에 섰고 김 전 의원 측과 명 씨 측이 반대 신문을 진행했다.

이번 공판에서도 여론조사 업체인 미래한국연구소 실소유주를 두고 양측이 설전을 이어갔다.

명 씨 측 법률대리인은 김 전 소장이 2021년 7월 19일 김영선 전 의원으로부터 미래한국연구소 주식 6000주를 300만 원에 양수·양도하는 계약서에 직접 인감 증명서를 첨부하고 도장을 찍은 점 등을 내세워 그가 업체 운영에 관여했다고 재차 주장했다.

그러나 김 전 소장은 명 씨 지시를 받는 강혜경 전 부소장(국장) 말에 따라 이런 행위를 했을 뿐 돈을 지불하거나 회사 운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김 전 의원 측 변호인과의 질답 과정에서도 “명 씨를 따라다니며 운전을 해주는 등 그의 옆에 있었던 게 전부”라며 “어떤 자리에 가도 1시간 중 55분을 그가 말할 정도로 명 씨가 모든 것을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 측은 시사경남 취업 경위 등 검찰 진술 일부를 뒤집는 그의 언행을 문제 삼았다.

그는 지난해 11월 김 전 소장이 더불어민주당에 공익제보자 신청을 한 사실을 언급하며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까지 이어갔다.

이는 증인의 말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김 전 소장은 “처음엔 명 씨 등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 진술을 했다”면서도 “지난해 10월 25일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 데다 이번 사건이 전국적인 관심사로 떠오르자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해 ‘사실만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명했다.

이날 김 전 의원 측이 약 90페이지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하면서 재판 시간이 다소 지체되자 재판부는 지엽적인 질문은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 전 의원 측은 “세세하게 묻는 거 말고는 입증할 방법이 없다”며 질문을 이어갔다.

이날 공판에는 2022년 6·1지방선거 당시 각각 경북 고령군수와 대구시의원 예비후보에 나섰던 A 씨와 B 씨는 이번 재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음 공판은 오는 22일 오전 10시 같은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명 씨는 2022년 8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공천을 돕는 대가로 김 전 의원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407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여기다 그는 김 전 의원, 김 전 소장과 함께 2021년 9월부터 2022년 2월 사이 선거 후보자 추천을 빌미로 A·B 씨에게서 각 1억2000만 원을 기부받은 혐의도 받는다.

그러나 김 전 소장을 제외한 명 씨 등 4명은 급여나 채무 변제 등 성격으로 돈을 주고받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