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족 “누굴 위한 판결인가” 반발

이별을 요구하는 전 여자친구를 지속적으로 스토킹한 끝에 목숨까지 빼앗은 남성(국제신문 지난해 9월 5일 자 8면 보도)이 중형에 처해졌다.

부산지법 형사7부(신형철 부장판사)는 8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30대) 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더불어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10년을 명령했다. 형법상 징역 또는 금고의 유기징역은 형의 가중이 없을 때 최대 30년이다. 지난달 3일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 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한 바 있다.

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을 보면 A 씨는 지난해 9월 3일 오후 6시40분께 부산 연제구 연산동 한 오피스텔에서 전 여자친구 B(20대)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그는 B 씨가 이별을 요구하자 이를 받아들이지 못해 자신의 집에서 흉기를 챙겨 B 씨 집으로 갔다. 이후 B 씨에게 재결합을 요구하면서 다툼을 벌이다 범행을 저질렀다.

사건 당시 A 씨는 B 씨 집 현관문 비밀번호가 바뀌어 집에 들어가지 못하자, B 씨가 배달음식을 받기 위해 문을 연 틈을 타 집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오피스텔 옥상으로 올라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경찰의 설득으로 뜻을 접고 체포됐다. 경찰은 살인 혐의와 함께 A 씨가 약 400차례에 걸쳐 B 씨를 스토킹한 것으로 보고 추가로 검찰에 송치했다.

재판과정에서 A 씨는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으며, 흉기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으로 가져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계획살인은 양형 가중요소로 더 높은 형량이 적용된다. 재판부는 “사건 직후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겠다는 언동을 보인 적은 있지만 흉기를 이용해 자해를 시도한 행동은 없었다”며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하기엔 지나치게 짧은 시간이며 피해자를 대면하자마자 범행을 벌인 것”이라며 계획살인이라고 판단했다.

선고 후 B 씨의 어머니는 “판결을 보면 계획범행이라는 점을 재판부가 전부 인정했다. 그런데 징역 25년형밖에 나오지 않은 것은 정의롭지 못한 판결이며 누구를 위한 판결인지 모르겠다”며 “사건 이후 우울증에 약물 치료까지 받고 있고, 얼마 전에는 암 진단까지 받았다. 온 가족이 정신적인 피해를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