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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칼럼]소리 없이 다가오는 위협, 기상해일

  • 장동언 기상청장
  •  |   입력 : 2025-04-14 09: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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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누군가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또 다른 이들에게는 잊고 싶은 흑역사이기도 하다.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되는 지난날에 대한 선배들의 이야기는 젊은 세대에게 그저 고리타분한 옛이야기로 치부되기도 한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은 앞날을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되기도 하는데, 기상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날씨와 위험기상 사례는 앞으로의 날씨를 예측하거나 위험을 대비하는 데 긴요한 자료가 된다.

2008년 5월 충남 보령 죽도 연안에서 화창한 봄 날씨를 즐기러 나온 관광객들이 갯바위에서 여유를 즐기던 중, 잔잔했던 바다에서 갑작스러운 파도가 해안가를 덮쳤다. 순식간에 발생한 파도를 미처 피하지 못한 관광객들은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었고, 이는 봄날의 비극적인 사고로 기억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상 현상은 우리나라 제주도나 서해안, 남해안에서 일부 목격되고 있는데, 보령 사고를 계기로 관련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면서 이러한 이상파랑을 기상해일(Meteo-Tsunami)이라 명명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해상에서 바닷물이 갑자기 크게 일면서 파도가 해안으로 밀려오는 것을 해일(海溢, Tsunami)이라고 한다. 해일의 종류는 폭풍해일, 지진해일, 기상해일로 나뉘는데, 이중 폭풍해일과 지진해일은 발생 원인이 뚜렷하다. 폭풍해일은 저기압이나 태풍의 영향에 따른 강한 바람에 의해 발생하며, 2016년 제18호 태풍 차바가 북상했을 때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에 높은 파도가 넘쳐 범람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진해일은 연·근해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해저 내의 지각변동에 의해 발생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발생한 쓰나미를 예로 들 수 있다.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인근 방파제에 거친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국제신문DB
반면, 충남 보령 사고의 원인이 되었던 해일은 발생 당시에는 뚜렷하게 규명하기 어려웠으나, 연구 결과 기상해일로 밝혀졌다. 기상해일은 주로 봄철에 서해상이나 남해상에서 약 80km/h 내외의 빠른 속도로 이동해 오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발생한다. 저기압이 이동할 때 해상에서 시간당 3hPa 정도의 강한 기압 변화가 나타나면, 압력에 따른 해수면의 변화로 장주기파가 만들어진다. 이때 천해파라 불리는 이 파의 이동속도가 기압변동 이동속도와 같아질 때, 공명 현상이 발생하면서 파고는 증폭되고 수면이 얕은 해안으로 밀려오며 큰 피해를 발생시킨다.

기상해일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특정 지역과 시기에 종종 발생한다. 일본 나가사키만에서 12~4월 사이에 주로 발생하는 ‘아비키(Abiki)’, ‘리사가(Rissaga)’라 불리는 스페인 시우타델라에서 6~9월에 발생하는 해일이 대표적이며, 마찬가지로 불안정한 기압 변화와 진동이 발생 원인으로 꼽힌다.

기상청은 소리 없이 급습해 오는 기상해일을 감시하기 위해, 남해 통영과 실리도, 서해 죽도와 말도 등 전국 해안가를 중심으로 수위계, 감시 CCTV 등을 탑재한 연안방재기상시스템을 18대 운영하고 있으며, 수치모델을 활용해 기상해일 피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지역을 예측하고 있다. 또한 기상해일 감시반을 구성하여, 서해 도서나 연안 관측소에 기압변동이 나타날 때 관계기관 방재담당자에게 기상해일 발생 정보를 문자로 제공하고 있으며, 국가기상센터에서는 해양경찰청과 핫라인을 운영하여 기상해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장동언 기상청장
최근 해상 낚시나 캠핑, 해양 레포츠를 즐기는 시민들이 많아지고 있다. 해상 레저 활동을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항상 안전에 신경 써야 하며, 특히 갯바위나 방파제는 기상해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매우 큰 지역이므로 낚시객과 관광객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기상해일의 완벽한 관측과 예측에 한계가 있기에, 무엇보다 기상해일에 대한 국민 개개인의 인식과 대응이 중요하다. 해안가나 저지대 해안도로에 가기 전에는 위험 상황 발생 시 행동요령을 숙지하고,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해양기상정보포털을 통해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기상정보를 수시로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철저한 사전 대비와 신속한 대응 태세를 갖춘다면, 기상해일의 습격으로부터 소중한 생명을 지키고 안전하게 해상활동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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