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구 “장소 변경 따른 손실 커”
- 내년부터 아예 유치 경쟁할 듯
부산 조선통신사 축제의 핵심인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행사 개최지를 두고 부산 중구와 동구가 보이지 않는 경쟁을 펼친다. 이 행사는 줄곧 중구에서 열렸는데, 올해는 동구에서 열려 앞으로 두 지자체 간 경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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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 광복로에서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행사 모습. 국제신문DB |
14일 부산시와 부산문화재단 등에 따르면 ‘2025 조선통신사 축제’가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해운대구 APEC하우스, 동구 부산항 북항 친수공원, 범일동 영가대 등에서 펼쳐진다. 눈에 띄는 점은 축제의 핵심인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행사 장소다. 올해 행사는 악대 시민 자원봉사자 500~600명이 중구 관내인 부산항 북항 1부두에서 동구 관내 북항 친수공원까지 행진한다. 본래 2002년 조선통신사문화사업추진위원회가 처음 이 행사를 마련한 이후 행진은 20년 넘게 중구 용두산공원~광복로에서 진행됐다.
통신사 행렬 재현 장소가 변경된 배경에는 동구의 적극적인 구애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동구는 북항 친수공원이 완성된 이후부터 행사 유치를 위해 시와 문화재단 등에 지속적으로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시와 문화재단은 올해 행진을 북항 친수공원 일대에서 진행하려 했으나, 중구의 반발로 조정과정을 거쳐 현재 장소로 확정했다. 부산문화재단은 광복로의 열악한 보도 상태와 올해 한일수교 60주년을 맞아 확대된 행사규모, 역사복원 등을 고려해 행진 장소를 정했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자 내년에도 행사 유치를 두고 두 지자체의 경쟁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선통신사 행렬과 같은 대형 행사를 유치하면 구는 이미지 개선과 함께 관광객 유입, 상권활성화 등을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줄곧 행사가 개최된 중구는 장소 변경에 따른 손실이 크다는 판단이다. 중구 관계자는 “중구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발상지이지만 영화의전당이 생기면서 해운대로 대부분 행사가 넘어갔다. 조선통신사 행렬마저 옮겨가게 되면 소외감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광복동은 일본 상인들이 가장 많이 활동했던 역사성이 있는 장소다. 내년엔 광복로에서 다시 조선통신사 행렬을 만나도록 고려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구도 팽팽히 맞선다. 동구 관계자는 “동구에는 과거 조선통신사가 해신제를 지내던 영가대가 있다. 역사성이 충분하다”며 “북항 친수공원이라는 넓은 공간이 마련됐으니 앞으로도 일대에서 행사가 열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문화재단은 추후 행사 장소는 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행사 세부사안은 부산문화재단이 시, 각 구·군 등과 협의를 거쳐 확정한다. 부산문화재단 관계자는 “북항 친수공원 일대는 유동인구가 많지 않지만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행사 장소로 정했다”며 “올해 행사를 진행한 후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내년 장소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