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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링 수업’ 현실화…의료계 버티기에 정부 원칙 또 깼다(종합)

내년도 의대증원 결국 0명

트리플링 수업 : 의대 24·25·26학번 동시 수업

  •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
  •  |   입력 : 2025-04-17 19:01:09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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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의대 집단휴학 강경대응
- 파행 길어지자 복귀유도 유화책
- 결국엔 ‘한시적 정원 동결’ 카드

- 2027학년도는 수급추계위 논의
- 의정갈등 재연 될라 … 불씨 여전
- “의대만 특혜주나” 대학가 불만도

정부가 지난해 2월 의대 증원 정책을 내놓은 지 1년여 만에 이를 원점으로 되돌린 것은 의대교육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새 학기에도 의대생이 돌아오지 않자 정부는 결국 ‘한시적 동결 카드’를 꺼내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사회 곳곳에 상처를 남긴 2000명 증원 후폭풍 같은 전철을 또다시 밟지 않기 위해 2027학년도 의대 정원부터는 전문가를 포함한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에서 논의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도 의정 갈등이 재연될 불씨는 여전히 있다.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규모인 3058명으로 확정한 17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 의대 ‘트리플링’ 수업 우려

정부는 지난해 2월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계를 제출하고 학교를 떠났을 때만 해도 ‘동맹휴학’은 인정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휴학이 길어지자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6일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다’면서도 내년 복귀를 조건으로 휴학을 승인하기로 했다. 의대생들은 정부가 ‘내년 복귀’라는 조건을 건데 오히려 반발했고, 교육부는 한 달이 채 지나기 전 대학이 휴학계를 자율 승인할 수 있도록 한 발 더 물러섰다. 교육부는 ‘휴학 자율 승인’을 계기로 의대생들이 돌아올 것으로 기대했으나 학생들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24·25학번이 ‘더블링(doubling·배가)’되는 상황에 이르자 지난달 7일 교육부는 3월 전원 복귀를 전제로 내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인 3058명으로 되돌리겠다고 약속했다. 대신 미복귀하면 학칙대로 제적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의대생 집단휴학 사태를 1년 더 끌 경우 내년엔 24·25·26학번 등 3개 학번이 1학년 수업을 동시에 받는 초유의 ‘트리플링(tripling)’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큰 카드를 내민 셈이다.

일부 대학은 트리플링이 현실화할 가능성에 대비, 학칙 개정 등을 통한 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대는 내년 수강신청 때 26학번 신입생이 우선 신청하도록 학칙을 바꿨다. 26학번에 우선권을 주고 남는 자리가 있으면 25학번에 주는 방식으로 학번을 분산 배치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24·25학번은 수업을 듣고 싶어도 수강신청 자체를 하지 못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
■ 27년 만의 증원 논의, 상처만 남겨

지난해 2월 정부가 발표한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는 무려 27년 만의 증원이었다. 국내 의대 총 입학정원이 늘어난 것은 제주대 의대가 신설된 1998년이 마지막이었다. 오히려 2000년 의약분업 때 의료계를 달래기 위해 당시 3507명이던 정원을 2006년 3058명까지 줄인 적도 있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코로나19 유행이 가라앉자 정부는 ‘9·4 의정 합의’를 근거로 증원 논의를 재개한 끝에 각 의대 수요조사 등을 토대로 지난해 2월 7일 2000명 증원을 전격 발표했다. 파격적인 증원 규모에 의료계의 반발은 거셌다. 곧바로 전국 수련병원의 전공의들이 사직하고 의대생들도 휴학하는 등 집단행동을 반복했다. 이에 정부는 증원을 강행하되, 2025학년도 모집인원은 2000명 대신 1509명만 늘려 총 4567명을 뽑기로 했다. 의정의 양보 없는 대립 속에 새 학기에도 의대생이 돌아오지 않자 정부는 결국 한시적 동결 카드를 꺼내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1년을 넘긴 의료공백에 따른 환자들의 피해, 장기적인 여파가 예상되는 의사 배출 절벽, 더욱 깊어진 의정간 불신 등 여러 상처를 남긴 채 의대 정원은 결국 19년째 묶여 있던 3058명으로 다시 돌아갔다.

■ 추계위, 원점서 정원 논의

2027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은 정부 직속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에서 심의하도록 하는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후속 조치에 들어갔다. 의대 증원 과정에서 반복되는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객관적·과학적 추계 체계를 갖춘다는 취지로, 추계위가 구성되면 ‘원점’에서 정원을 논의하게 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추계위는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의 독립 심의기구다. 추계위원은 정부 측을 제외하고 15명 이내의 전문가로 구성하며, 의료계 추천 전문가가 과반이 되도록 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 같은 법안에 반대 입장이지만, 의협이 위원 추천을 거부해도 추계위는 구성되기 때문에 의협도 추계위에 참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추계위 심의를 바탕으로 정원이 결정되면 ‘일방적인 정책 결정’이라는 이유로 의료계가 강력하게 반발할 여지는 줄어든다. 다만, 지난 1년여간 의료계는 대체로 증원이 필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만큼 2027학년도 이후 정원을 두고도 추계위 내에서 합의점을 찾기가 쉽진 않을 수 있어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대학가에선 의대생에게만 계속 예외를 적용하며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적지 않다. 의대협회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32개 의대에서 본과 4학년 유급 예정일이 도래한다. 유급 시한이 도래한 다른 대학들도 관련 절차를 밟는 중이다. 유급 확정 시기는 학기 말이나 행정적 절차일 뿐 유급 취소는 불가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들 복귀가 더 늦어진다면 24·25학번 분리교육은 어렵고 동시 졸업 시 수련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더욱이 24·25·26학번이 겹친다면 24·25학번은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오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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