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지향적 헌법엔 통일 포함해야
- 대통령 권한은 법률 안에서만 효력
- 尹탄핵은 민주주의의 적 향한 경고
“국가 비상상황을 판단하는 1차적 주체는 대통령이 맞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판단과 같은 통치 행위도 법적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판단권 행사에 결과 책임을 묻지 않으면, 그건 군주제입니다. 대통령이라고 뭐든 해도 되는 것이 아닙니다. 잘못된 판단은 국회와 헌법재판소를 거쳐 책임을 지워야 합니다. 이번 탄핵으로 권한 행사의 한계가 그어졌습니다. 권한은 법률 안에서 쓰여야 한다는 선언이자 ‘민주주의의 적’을 향한 경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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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연구실에서 조재현 한국헌법학회장이 탄핵 국면과 개헌 논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심범 기자 |
조재현(57) 한국헌법학회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헌법사에 남긴 의의를 이처럼 평가했다. 지난해 12월 학회장으로 선임되자마자 터져나온 헌법사적 대사건에 그는 정신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학자로서, 매일같이 언론 인터뷰에 응하며 대통령 ‘판단’의 위헌·위법을 지적했다. 민주적 절차로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12·3 비상계엄 속 위헌 행위 중에서도 “군인을 동원할 사안이 아닌데 군대를 국회에 보낸 것은 어떤 말을 보태도 중화할 수 없는 심각한 국헌문란이었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국회의원을 체포할 목적이었느냐는 논란이지만, 맞는다면 이는 비상대권이 아닌 큰 범죄다. 부정선거를 확인한다며 선거관리위원회에도 보냈다. 행정권을 쥔 대통령이다. 감사원, 안 되면 검찰을 동원하거나 국회 국정조사권 발동 등 합법 절차를 써야 했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이 보인 일련의 ‘제왕적 행태’는 분권형 통치구조 도입과 같은 개헌 논의에도 불을 지폈다. ‘1987년 체제’가 대통령에 부여한 권한이 너무 막강해 삼권분립을 위협한다는 진단이 정치권과 학계에서 대두된 것이다. 이를 두고 조 회장은 “대통령제를 제왕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있을 뿐 우리 제도 자체가 제왕적인 건 아니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은 ‘입틀막’으로 대표되는 독단적 일탈적 행태를 보여왔다. 그러니 국회란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기관이 대통령의 헌법상 잘못을 물어 소추했고, 그 구체적 판단은 전문기관인 헌재가 했다. 민주적 견제 측면에서 잘 설계된 구조다”며 “오히려 문제는 대통령 궐위로 오랜 기간 국정이 공백에 빠졌는데 이 기간을 한덕수·최상목 권한대행처럼 정당성이 없는 사람이 맡게 됐다는 점이다. 현행 대통령제의 미흡점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대통령제를 위한 개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년 중임제와 국무총리 대신 부통령(‘정당한 2인자’) 도입 등을 고민하잔 거다. “87년 체제의 지상목표는 독재 방지였습니다. 지금은 독재를 우려할 상황에서 벗어났습니다. 국민은 한 번 더 국가를 맡길 인물을 판단할 능력이 됩니다. 중임제로 대통령이 ‘다음’까지 고려하는 책임정치를 하게 만들잔 겁니다. 윤 전 대통령이 보여줬듯, 단임제는 ‘어차피 5년 지나면 끝’이에요.”
통치구조 개편은 물론, 앞으로의 개헌 담론은 정치적 고려에서 벗어나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고도 그는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헌법 개정을 항상 정치적으로만 접근했다. 그러나 헌법은 국가의 과거와 오늘을 잇는 것인 동시에 미래를 담아야 한다. 학계 논의를 중심으로 87년 체제의 문제점을 올바른 방향으로 고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미래지향적인 헌법이 되려면 먼저 통일을 생각해야 한다. 현행 조항은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며 통치권이 미치지도 않는 북한을 포함시킨다. 분단을 직시하고 통일 이후의 영토 문제, 통일의 기본적 방향과 절차, 국민주권 같은 구체적 계획을 담아야 한다. 또 지역의 균형 발전 또한 헌법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지난 1월 임기를 시작한 조 회장은 1년간 학회를 이끈다. 부산남고와 연세대 법과대학을 졸업한 뒤 모교 대학원에서 헌법학 박사 학위를 얻었다. 독일 쾰른대 객원연구원, 미국 인디애나대교 마우러로스쿨 객원교수를 역임했으며 2006년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부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