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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티켓 빼닮은 K원패스, 정부사업이니 손실분 보전해야

부산 대중교통이 갈 길 독일 정책서 배운다 <5> 한국형 정책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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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 인프라 설치는 정부가 맡고
- 운영 예산은 지자체·교통공사 몫
- 원가 보전 골몰, 요금 인상 명분

- 독일, 적자폭 예상해 미리 보전
- 재정준칙 완화하면서까지 지원

- 국힘 대선공약 떠오른 ‘K원패스’
- 월 6만 원에 대중교통 무제한권
- 공익보상조항 법률 뒷받침 절실

“‘독일티켓’이 시행되면서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각 15억 유로씩 재정을 분담한다. (교통공사 등) 대중교통 운영사업자의 적자가 커졌을 텐데, 이 같은 적자를 어떻게 보나?”(독일교통정책연구팀)
지난 9일 독일 바이에른주 총리 마르쿠스 죄더(왼쪽) 등이 연립정부 구성안을 발표했다. ‘독일티켓’의 확고한 존속은 물론, 더 많은 국민이 그 혜택을 누리도록 10년간 5000억 유로를 들여 인프라를 확충·개선하겠다는 약속이 포함됐다. 연합뉴스
“절반은 연방정부(국가), 나머지는 주정부가 손실분을 보전한다. 국가 정책 때문에 적자 운영이 일어날 수 있으니 적자 예상분의 80~100%를 미리 준다.”(독일 브란덴부르크 하트비히 롤프 교통국장)

“독일은 ‘독일티켓’의 손실을 운영기관에 떠넘기지 않는다는 말인가. 서울시의 경우, 기후동행카드란 정기권을 출시했다. 정기권 운영 손실 중 50%를 도시철도 운영기관인 서울교통공사에 부담시킨다.”(연구팀)

“국가 정책이 확대되면서 생긴 비용이 공기업의 적자가 된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롤프 국장)

■좋은 정책이 교통 죽이는 한국

지난 24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독일티켓과 유사한 ‘K원패스’를 국민의힘 대선 공약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모습. 다만 제도 안착을 위한 재원 조달 방안 등은 언급되지 않았다. 연합뉴스
지난달 17일 연구팀과 만난 롤프 국장은 ‘정책 확대가 운영기관 적자를 키우지 않느냐’는 물음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답했다. 그의 반응에 비춰볼 때 ‘공기업의 적자는 필수불가결’이란 말은 독일에서 통하지 않는 듯했다.

그의 요지는 이렇다. 도시가 제구실을 하려면 교통 등 필수 기능이 잘 굴러가야 한다. 그러려면 서비스 운영기관의 재정을 튼실히 해 재투자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적자를 떠안아가며 꾸역꾸역 현상유지할 게 아니라, 조금씩 서비스를 개선할 여건을 갖추게 해야 한다. 그러니 독일은 국가(연방정부)가 나서서 교통 운영사업자의 재정을 지원한다. 그래야 ‘독일티켓’ 같은 정책을 펼 수 있다.

이에 견줘 한국에선 정책 확대가 외려 운영사업자의 원활한 기능을 방해한다. 국내는 인프라 설치 비용은 주로 중앙정부가 대지만, 운영 예산은 각 지역 교통공사·지자체가 떠맡는다. 각 공사 수익은 대부분 요금 징수에서 나온다. 국가보조금은 사실상 없다. 지자체에 주는 관련 지방교부금이 있고, 도시철도가 없는 지역과도 형평에 어긋난다는 이유다. 이러면 정책이 커질수록 적자도 늘어난다. 지원은 없는데 요금수익은 줄기 때문이다.

K패스만 봐도 그렇다. 전국철도노조협의회 K패스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K패스는 중앙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정책인데도 정작 중앙정부의 보조율은 올해 기준 46.55%에 불과하다. 또 K패스 이용자 중 76%가 환급을 받게 되는데, 이들이 돌려 받을 금액은 전체 교통비 사용액의 28.6%에 그친다. 나머지, 즉 K패스 덕에 늘어난 이용량과 그에 따른 비용 부담은 각 지역 교통공사와 지자체에 부가된다.

상황이 이러니 교통공사·지자체는 ‘원가 보전’에만 골몰하게 됐다. 요금을 높이거나, 요금 징수 대상을 넓히려 한 것이다. 무상교통 대상인 노인의 기준을 현행 65세보다 높이자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국비 보전을 못 해줄 거면 노인 일부에게라도 돈을 받게 해달라는 취지다. 부산의 경우 2023년 8월 동백패스를 도입한 뒤 두 달 만에 시내버스·도시철도 요금을 각 350원, 150원 올리는 등 교통 혜택을 요금 인상의 ‘미끼’ 격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재정 구조에서 교통공사나 지자체가 인프라 개선·확충 같은 막대한 예산이 드는 사업에 뛰어들긴 힘들다. 철로와 전동차가 낡아도 고칠 돈이 없다. 결국 시민 편익은 조삼모사에 그치거나 퇴보할 판에 놓인다. 이런 악순환을 타개하려는 시도는 번번이 좌초됐다. 제18대 국회부터 제22대 국회까지 도시철도에 대한 공익보상조항을 추가하는 14개의 법률 개정안이 제시됐지만, 본회의에 상정된 적은 없었다.

■교통 위해 ‘재정 준칙’ 깬 독일

독일교통정책연구팀이 현지 인터뷰 결과를 놓고 토의하고 있다. 연구팀 제공
독일처럼 정책이 교통을 살리는 구조와는 거리가 먼 한국에서 ‘독일티켓’과 똑닮은 정책이 대선 공약으로 화두에 올랐다. 지난 24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K원패스’를 자당의 대선 공약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권 위원장은 지자체마다 찢어진 대중교통 지원 정책을 통합, 월 6만 원에 전국 어디서나 편리하게 버스·도시철도 등을 누리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값싼 통합 월정기권의 대표격인 ‘독일티켓’을 빼다박았다.

대도시권 직장인 등의 환영을 받을 만한 정책이다. 지역화폐를 기반으로 요금 할인이 이뤄지는 터라 부산 울산 경남 전반으로는 혜택 확대가 힘든 부산 동백패스에 견줘 더욱 그렇다. 향후 부울경의 광역교통망이 꾸려진다면, 자동차 외에는 사실상 왕래할 방도가 없었던 지역 청년 직장인에게 매력적인 제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혜택이 적용되는 교통수단으로 새마을·무궁화 등 국가철도 일부까지 포함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다만 갓 제안된 정책인 만큼, ‘K원패스’ 재원 구조의 설계 방향을 두고는 별 달리 부연되지 않았다. K패스라는 전례를 볼 때, ‘K원패스’ 역시 국고보조금은 제한적이며 비용 부담 대부분은 지역 교통공사와 지자체에 떠넘겨질 수 있다. 자연스럽게 교통공사·지자체 차원의 인프라 개선·확충은 더욱 어려워진다. 늘어난 재정 부담을 이유로 광역교통망 설치의 주체인 국토부의 재정 투입 또한 위축될 수 있다.

이런 우려를 떨치려면 ‘독일티켓’ 겉모습 흉내를 넘어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은 ‘독일티켓’의 안착을 계기로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이 늘었다. 본래 독일은 엄격한 재정 준칙을 유지해왔다.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의 0.35% 이내로 제한하는 게 골자다. 그러다 지난달 4일 재정준칙을 완화해 10년 간 인프라 투자를 위한 5000억 유로(약 775조 원) 규모의 기금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9일엔 그 구체적 방안도 내놓았다.

‘독일티켓’이 더 큰 효과를 내려면 지역마다 촘촘하면서도 낡지 않은 교통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가 재정 지원 역시 더욱 커져야 한다. 실제 ‘독일티켓’이란 강력한 정책은 역설적으로 지역 인프라 형평성이 위기에 놓였다는 점을 드러냈다(국제신문 지난 21일 자 10면 보도). 현재 독일에선 인프라 확충이냐 현대화냐를 놓고 논의가 오갈 뿐 인프라 자체에 더 많은 예산을 들여야 한다는 점에선 국가적 합의가 이뤄졌다.

한국도, 부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도시철도가 없는 영도구, 버스조차 몇 대 없는 기장·강서구민은 같은 세금을 내고도 혜택을 제대로 누릴 수 없다. 그러는 동안 부산교통공사의 적자 폭은 나날이 커져갔다.

연구팀 김상철 연구원은 “독일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정책 확대에 따른 교통 운영사업자의 적자’를 독일 공무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대목이었다. 이에 비해 한국에선 재정당국이 지자체가 운영하는 도시철도에 직접 경비를 지원하는 전례를 만들 수 없다는 ‘사무구분의 경직성’ 등을 이유로 각 지역 교통공사 등에 비용을 전가시킨다. 그러니 악순환이 심화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재정 준칙을 강제했던 독일은 스스로 재정 준칙을 무너뜨려가면서 인프라 투자를 만들어 간다. 한국의 경직된 재정학자들을 중심으로 조금만 국가부채가 늘어도 ‘망한다’고 이야기하던 이들에게 독일이 풀어낸 사례가 조명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이진 소장, 남원철 팀장(지역노동사회연구소 운영이사). 김상철 연구원(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센터장). 이영수 연구원(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끝-

◇ 부산교통공사 연도별 손익계산

연도 

 수익 

 운수수익

 당기
 순손실

2019년 

 5098억 원 

 2698억 원 
 (52.9%) 

-1525억 원

2020년 

 4390억 원 

 1910억 원
 (43.5%) 

-2634억 원

2021년 

 5409억 원 

 1948억 원
 (36.0%) 

-1946억 원

2022년 

 5136억 원 

 2172억 원
 (42.3%) 

-2710억 원

2023년 

 5080억 원 

 2343억 원
 (46.1%) 

-3556억 원

※자료 : 부산교통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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