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사사건 대부분 국제분쟁 재판
- 국내소송은 인천에 집중돼 있어
- 제대로 실태파악 못했을 가능성
- 부산, 국내건 맡을 땐 폐기 우려
- 민주당 “인천은 분원 형태” 진화
“한마디로 울산 현대중공업이 런던에 가지 않더라도 부산에서 선박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여건을 만들자는 겁니다. 런던이나 싱가포르가 쥔 해운거래소 역량을 우리가 가져오는 겁니다.”
28일 한국해양대 정영석(해사법학부) 교수가 요약한 ‘부산 해사전문법원 설치 필요성’이다. 생산 중심의 해양산업을 한 단계 발전시키려면 해사법원을 중심으로 법률 등 서비스산업을 발달시켜야 한다는 취지다. 이 같은 해사법원 추진 배경에 비춰볼 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부산과 인천 모두에 해사전문법원 설치를 약속한 것은 추진 필요성을 면밀히 검토하지 못한 채 공약을 던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역 법조계는 강한 우려를 표하며 대응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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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해사법원 설립 입법 촉구 정책토론회가 열려 참석자들이 해사법원 부산 설립을 촉구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
■부산 설립도 전에 폐기론
해사소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제 사건이 인천에 집중하면 부산 법원은 폐기론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민 부산변호사회장은 “해사법원은 결국 해양산업과 연계된 것으로, 국가가 어느 지역을 밀어줄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부산은 해양경쟁력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수도권 집중을 막는 차원에서도 부산해사법원을 추진해야 한다. 이 후보 구상대로면 효과가 반감한다. 또 인천법원을 국제사건에 특화시키면 전문 로펌도 수도권에 몰려서 나중에는 부산에 사건이 없어지고, 종국엔 부산법원을 폐지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변호사회는 이르면 29일 이 같은 우려를 담은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후보가 해사법원 추진 배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나온다. 정 교수는 “국내 해사사건을 보면 1년에 약 120건 접수되는데, 인천이야말로 국내 사건이 주를 이룬다. 서울에 자리한 소수의 해운회사가 진행하는 사건들이다. 그런데도 이 후보가 인천을 국제사건 중심으로 삼겠다고 하는 것은 내용 파악이 안된 것으로 보인다. 지역 표를 의식해 그저 던진 느낌이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부산에 더 큰 해사법원을 세워 사건 대부분을 맡게 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이재성 부산시당위원장은 “1차적으로 부산에 중점을 두되, 수도권에서도 (사건을)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도록 인천에는 분원 형태 같은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현재 큰 방향만 제시된 상태로 세부적인 내용은 차차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사 기관’ 아닌 ‘해양 이니셔티브’
해사법원은 지역 해양산업, 특히 해양지식산업을 일으킬 이니셔티브로 추진돼왔다. 이 영역에서 글로벌 1위를 달리는 영국 런던이 ‘발틱 해운거래소’와 같은 세계적 거래소를 운영할 수 있는 것도 해양법률산업과 같은 고부가 산업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부산의 해운서비스 관련 산업 규모는 2020년 기준 18조2471억 원으로, 전국 대비 7% 수준에 그친다. 특히 법률 서비스는 부산의 해운서비스 관련 산업에서 8%밖에 점유하지 못한다. 이에 부산이 해양도시로 한층 더 성장하려면 생산 중심의 해운산업을 고도화해 해운서비스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 근간이 해사전문법원이다.
해사법원은 법원 내부의 이견 속에서 어렵게 준비됐다. 굳이 전문법원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기류와 사건 난도·산업 발전성을 볼 때 전문법원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대립했다. 이런 의견 차를 완화할 방법이 사건 수 확보다. 적정량의 사건이 꾸준히 접수돼야만 전문법원 설치 당위성이 지켜진다. 법원이 두 곳으로 나눠 설치되면 각 법원의 존립 근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