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심 무죄였던 건설기계 지회장
- 결국 징역 8개월 형 선고 받아

건설 현장에서 조합원의 장비를 써달라고 요구하는 집회를 열어 공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실형에 처해진 부산건설기계지부 지회장 등의 형이 확정됐다.

15일 오후 부산법원종합청사 앞에서 건설산업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이 ‘집회를 열어 공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A 씨의 실형을 확정한 대법원 판결을 규탄하고 있다. 신심범 기자

대법원 1부는 15일 특수강요미수,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산건설기계지부 강서김해지회장 A 씨 등 9명의 상고를 기각하고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유지했다. 이들은 2021년 11~12월 부산 강서구의 한 공사현장에 찾아가 회원의 장비를 써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집회를 열어 공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았다. 원심에서 A 씨는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임원급인 B, C 씨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 다른 이는 벌금형에 처해졌다.

이 사건은 1, 2심의 상반된 판단으로 노동·법조계의 주목을 받았다. 1심을 맡은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2단독 백광균 판사는 무죄로 봤다. 집회를 한 것만으로 다중이 위력을 행사해 의무 없는 일을 강요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항소심을 진행한 부산지법 형사항소1부(성금석 부장판사)는 이들의 유죄를 인정하며 판결을 뒤집었다. 조합원들은 집회가 공사를 곤란하게 만들 것이라는 점을 알았고, 노조라는 집단의 위력을 보이는 식으로 사업자의 자유로운 영업활동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부울경 지역 건설노조 사건 중 1심에서 무죄로 판단됐다가 항소심에서 유죄로 뒤집힌 첫 사례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노조 사건 향방은 재판부가 ‘집회 압박’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갈린다. 공사 현장 진입 차량을 온몸으로 막는 등 물리력이 행사된 때는 업무방해가 맞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 판단이다. 그러나 집회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로서 합법이라 이를 활용한 압박을 업무방해로 볼 수 있느냐를 두고 견해가 나뉜다.

이런 가운데 대법원이 건설노조의 집회를 업무방해로 본 판결이 나면서 향후 비슷한 사건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