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부산에서 벽보·현수막 훼손이 잇따른다. 선거운동원이 폭행당하는 등 각종 사건이 발생하면서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부터 심화한 정치적 갈등이 더욱 극단으로 치닫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선 후보 선거 벽보가 훼손돼 있는 모습.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제공

부산 동래경찰서는 낙민동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벽보를 라이터로 훼손한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이날 오전 8시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이미 용의자를 특정해 추적에 나섰다. 부산진경찰서도 이날 새벽 1시30분께 부전동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 현수막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등 훼손 사건을 접수, A(40대) 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여기에 같은 날 사상구 학장동에 부착된 선거 벽보 2개를 훼손한 B(60대) 씨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붙잡혔다.

부산에서 선거 벽보·현수막 훼손 사례가 잇달아 발생한다. 앞서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12일 도시철도 1호선 자갈치역 인근에서 이재명 후보의 현수막을 손으로 잡아 뜯은 50대 남성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조사 중이다.

선거운동원을 폭행한 사건도 발생했다. 북부경찰서는 공직선거법 위반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C(70대) 씨를 체포해 사건을 조사 중이다. A 씨는 이날 오전 7시께 북구 신만덕 교차로에서 민주당 선거운동원 2명을 밀치고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15일 오후 동래구에서 민주당 선거운동을 방해한 행인도 경찰에 신고됐다. 이 행인은 앞서 지난 13일 지역위원장 연설을 방해하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 부산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선거 벽보와 현수막을 훼손하거나, 선거운동원을 폭행·위협하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선거 벽보·현수막 사례는 선거 때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관련 사범들도 2012년 제18대 대선 때 141명, 2017년 제19대 645명, 2022년 제20대 850명으로 늘었다. 선거벽보나 현수막을 훼손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이에 정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강성 지지자들이 기승을 부린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권 대립이 심화한 데 따른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에 지난 1일 영호남 시도지사가 모여 정치 대립 중단과 국민 대통합을 촉구하는 등 사회 각지에서 갈등을 멈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나, 대선이 본격화하면서 오히려 대립이 극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국립부경대 차재권(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비상계엄 등 초유의 사건과 정치권에서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정치 관련 범죄 발생 건수도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며 “공명선거를 방해하는 행위는 엄정 대응하는 한편, 헌정질서 등 법규 준수와 관련한 교육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