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구 삼익탕은 선거철 단골장소
- 체육시설·백숙집·카페도 활용

각종 선거 때마다 ‘이색 투표소’가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이번 대선에서도 이색적인 장소에 투표소가 설치돼 눈길을 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갑작스러운 ‘장미 대선’으로 투표소 섭외에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21대 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둔 2일 서울 중구 청구초등학교 실내야구연습장에서 관계자들이 투표소를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부산 16개 구·군에 914곳의 투표소가 마련됐다. 부산지역 사전투표소는 206곳이었다.

이색 투표소 중 동네 목욕탕이 대표적이다. 삼익탕(서구) 주차장, 명곡탕(금정구) 주차장, 조은목욕탕(부산진구) 주차장에서 유권자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삼익탕과 명곡탕은 선거 때마다 투표소 역할을 해와 지역 주민에게는 익숙한 곳이다. 조은목욕탕은 지난해부터 투표소로 활용됐다.

열기로 가득하던 체육시설들은 선거일만큼은 차분해질 예정이다. 체육시설은 단골 투표 장소로 꼽히는데 올해도 탁구장과 태권도장 레슬링장 피트니스장 등 다양한 체육시설이 투표소로 지정됐다. ▷개금다락방 탁구장(부산진구) ▷빅토리탁구장(금정구) ▷한일태권도(연제구) ▷레슬링넘버원(수영구) ▷수영성 실버피트니스(수영구)에 유권자의 발길이 이어진다.

민간 사업장도 유권자로 북적일 전망이다. 택시회사 사무실과 가구점, 백숙집, 카페도 투표소로 쓰인다. ▷대륙교통 회의실(동래구) ▷구평농장 사무실(사하구) ▷카페1월(사상구) 등은 3일 투표소로 변신한다. 카페1월을 운영하는 김민솔(28) 씨는 “원래 오후 7시까지 영업하는데 투표일 전날은 테이블과 의자를 치워야 해 오후 3시까지만 문을 열었다. 영업에 지장이 있지만 가게가 투표소라는 소중한 공간으로 쓰일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읍·면사무소와 동 주민센터 등 국가와 지자체 소유의 건물 1층을 투표소로 우선 고려한다. 주변에 마땅한 시설이 없으면 차선책으로 민간 건물의 1층에 있는 시설을 지정하기도 한다. 선관위는 민간 건물을 투표소로 이용할 경우 소유주에게 하루 임차료 50만 원(소득세 포함)을 지급한다. 국가와 공공기관 소유 건물의 관계자에게는 사례금 명목으로 10만 원을 지급한다.

선관위는 이번 대선이 2년가량 앞당겨진 까닭에 투표소를 구하는 데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주민센터 등과 함께 투표소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학교가 시설 개방을 꺼리는 추세가 이어지고, 아파트 커뮤니티 등도 입주민의 반대로 대관이 힘든 상황이다.

부산시선관위 관계자는 “보통 선거 예정일 6개월 전부터 직원들이 투표소를 알아보기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선거가 갑작스럽게 열려 시간이 굉장히 촉박했다”며 “신축 아파트 1층에는 넓은 공간의 커뮤니티 시설이 조성돼 투표소로 안성맞춤이지만, 입주민만을 위한 공간이어서 빌리기가 매우 힘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