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새벽일을 나가 집을 비운 지 15분 만에 불이 나 잠 자고 있던 자매 중 1명이 숨지고 1명은 중태에 빠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 가족이 생활고를 겪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할 지자체는 긴급 지원 사업을 통해 화재 피해 회복과 의료비를 최대한 지원할 방침이다.

24일 어린 자매 2명이 숨지고 다친 부산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소방당국과 경찰 등 관계 기관이 합동감식을 벌이고 있다. 이날 새벽 4시15분께 부모가 일을 나간 사이 발생한 화재로 집안에 있던 10살 언니가 숨지고 7살 동생이 중태다. 연합뉴스

24일 부산소방재난본부와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새벽 4시15분께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한 아파트 4층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20여 분 만에 꺼졌다.

이 불로 집 안에서 잠을 자던 자매가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언니 A(10) 양은 결국 숨졌고, 동생 B(7) 양은 중태다. 당시 화재 경보음을 들은 같은 층 주민이 연기가 새어 나오는 것을 발견해 119에 신고했으며, 주민 50여 명은 대피했다.

자매의 부모는 새벽 4시께 함께 출근해 집에는 자매만 남겨진 상황이었다. 자매는 안방에서 자고 있었는데 언니는 침대에서, 동생은 침대 밑 바닥에서 각각 발견됐다. 소방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집안은 연기로 가득했고, 자매는 연기를 많이 마셔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로 구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부모는 매일 새벽 4시께 인근 건물 청소일을 나가 2, 3시간 뒤 귀가해 자매의 등교 준비를 챙겼던 것으로 파악됐다. 소식을 접한 이웃들은 “부부가 항상 손을 잡고 다니는 등 화목했고, 아이들도 인사성이 밝고 예뻤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 가족은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진구에 따르면 지난 3월 부모는 주민센터에 생활고 지원을 신청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진 않았으나, 자녀 2명은 기초생활수급 지원 중 하나인 교육급여대상자로 선정됐다. 교육급여대상자는 시교육청으로부터 1년간 1인당(초등학생 기준) 46만1000원을 지원받는다. 자매는 인근 초등학교 1, 5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구는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긴급지원사업으로 화재 피해 회복과 의료비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거실을 통해 주방과 안방으로 불길이 번진 것으로 보고 합동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감식은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거실을 중심으로 진행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