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가 공휴일에 의무적으로 쉬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집니다. 윤석열 정부 때 대폭 완화했던 규제로 최근 지자체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이재명 정부가 규제를 다시 강화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인데요. 마트 업계는 실효성이 없다며 반발하지만, 소상공인 단체와 마트 근로자들은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부산의 한 대형마트에 일요일 정상영업 안내문이 부착돼있다. 국제신문DB

지난해 9월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법’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오세희 의원은 최근 당 차원에서 이 법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현행법은 ‘상생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에 대해 영업시간 제한을 명하거나 의무휴업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여기에는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조건도 붙었는데요. 개정안은 ‘명할 수 있다’는 문구를 수정해 ‘명해야 한다’로 바꾸고, ‘의무휴업일은 공휴일 중에서 지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은 2011년 12월 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도입됐습니다. 지역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가 한 달에 두 번 문을 닫게 해 소비자가 동네 마트나 전통시장을 찾도록 유도하자는 취지였는데요. 이에 따라 대부분의 대형마트가 매달 둘째 주와 넷째 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했죠. 여러 법적 다툼 끝에 2015년 대법원도 이 제도의 적법성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민생토론회 후속 조처로 대형마트 영업 규제 개선을 추진하면서 각 지자체가 재량껏 의무휴업일을 조정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2022년 대구시를 시작으로 지자체들이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전환했습니다. 현재는 전국 77개 지자체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지정해 운영하는데요. 부산시도 의무휴업일을 월요일로 바꿨죠.

의무휴업일을 다시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주장의 배경에는 제도의 본래 취지를 지키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대형마트가 손님이 적은 평일에만 쉬고, 손님이 몰리는 주말에 영업하면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것. 최근 몇 년 사이 지자체들이 재량권을 활용해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는 등 원래 법 취지를 무력화하고 있으니, 공휴일 지정을 의무화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인데요.

이 같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공휴일 지정 조짐에 업계는 반발합니다. 대형마트가 문을 열지 않으면 소비자가 전통시장이나 동네 마트를 찾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몰을 통해 물건을 배송시키기 때문에 법안에 실효성이 없다는 논리인데요. 한국경제연구원의 ‘대형마트 영업 규제와 위기의 오프라인 유통업’ 보고서를 보면 기존 대형마트 소비자는 의무휴업일에 온라인몰을 이용해 쇼핑하거나, 휴업일 이전에 쇼핑하는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마트산업노동조합과 소상공인연합회 등은 의무휴업일 공휴일 지정을 반깁니다. 마트노조는 지난 6일 성명을 내 “일과 삶의 균형과 노동자의 휴식권을 중시하는 사회 속에서 마트 노동자의 휴식권 또한 마땅히 보장돼야 한다”며 “대형마트 일요일 의무휴업을 법제화해 마트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지난 11일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휴업 제도는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핀”이라며 “이를 명확히 제도화하는 입법 추진을 환영한다”고 논평했습니다.